삼성, ‘경영 올스톱’ 우려에 초긴장 … 재계 “잇단 수사로 불확실성 확산”

학계는 “국내외 경영환경 고려
무리하게 수사 끌고가선 안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서 약 3년 만에 조사를 다시 받자 삼성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 부회장이 승계 관련 대(對)국민 사과에 이어 이를 구체화하는 현장 경영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와중에 맞은 검찰 소환 조사로 삼성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삼성을 비롯한 모든 기업이 초비상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검찰 수사 등 경영시계를 저해할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자칫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동력마저 흔들릴 것으로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26일 법조계,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은 이를 줄곧 부정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점을 제기해 왔다. 증권가에서는 시세조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 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삼성물산 주가가 지금도 자산의 6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바이오 지분가치 상승과 재개발 수주 등 사업 양호 등 지주사 프리미엄의 상승 요인에도 장기간 낮은 주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유리한 합병을 위한 물산가치 하락’이라는 시세조종이 시장에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통해 주주 모두가 이익을 봤음에도 최고경영진을 겨냥해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합병 전후로 최고경영진의 ‘내부 지분율’도 전혀 변화가 없었던 만큼 ‘승계작업’이라는 것이 뇌물죄를 법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 낸 ‘프레임’이라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삼성의 경영이 다시 ‘올스톱’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봤을 때는 이 부회장의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며 “명확한 혐의가 드러나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국내외 경영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검찰도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고 작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수사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잇단 검찰 수사와 재판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기업들이 미래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권도경·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