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교류접촉’신고만 하면 가능… 통일부, 교류협력법 개정 추진 논란

‘접촉후 신고’도 허용키로

통일부가 해외여행 중 북한 주민을 만나거나 연구 목적으로 북한 내 주민과 통신할 경우 기존의 신고를 의무화했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내용 일부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발적인 상황에 대해 신고 의무를 없앤 것이지만, 이를 악용해 북한에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북한 당국자와 접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부정적 견해에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외여행 중에 우발적으로 의도하지 않게 북한 주민을 만났을 때, 이산가족이나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친지·가족들과 단순 연락, 연구목적에 활용하는 행위를 다 신고하는 것이 교류협력 취지에 맞냐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며 북한 주민과의 신고 의무를 규정한 기존 남북교류협력법(9조)의 일부를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과의 신고 의무를 남북교류협력법에 규정해 기존의 교류협력에 방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과 불순한 목적으로 접촉해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에 대한 법적 장치는 이미 국가보안법 등에 마련돼 있다”며 “남북교류협력법까지 이를 담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기존의 법적 안전망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북측 주민과 접촉을 위해 통일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통일부 장관이 접촉 신고를 받은 뒤 남북 교류협력이나 국가안전 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삭제됐다.

또한 통일부는 ‘미리 신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접촉한 후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사후 신고와 관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한했으나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