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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이코노미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7일(水)
‘쓰레기 이론’ 비난받던 MMT, 경제학의 뉴노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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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코로나가 바꾸는 경제이론

“돈 계속 찍어내서 경기부양”
지출-세수 맞춰야 한다는
균형재정론 부정하는 논리

달러·엔 등 기축통화처럼
화폐 신뢰성 보장돼야 가능

버핏 “미친 이론” 불렀지만
‘코로나’로 각국 앞다퉈 시행
아직까지 유동성 장세 지속

美, 인플레 등 부작용 없고
예상 깨고 달러가치도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재정 정책에서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 주류 경제학 자리를 넘보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등으로부터 ‘미친 이론’ ‘쓰레기 이론’이라며 비난받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서구 선진국이 MMT의 정책 권고를 앞다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MMT는 국채 발행이 아닌 통화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의미하는데, 최근 미국 등이 시중의 유동성을 늘려주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 등 기존 통화 정책에서 더 나아가 가계·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재정 정책을 강화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MMT는 정부가 세금을 걷는 만큼만 써야 한다는 ‘균형 예산’ 개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리다.

MMT 이론이 주목받는 것은 이전에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통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제로를 넘어 이미 마이너스에 들어선 금리 탓에 금리 인하를 통한 돈 살포가 불가능해졌지만, 돈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신용을 바탕으로 무한 재정 정책을 펼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MMT가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새로운 통화 실험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경기회복, 균형재정 원칙 무너져=MMT는 무제한 화폐 발행을 주장한다. 화폐를 시장 교환으로 생겨난 매개물이 아니라 국가 재정 회계를 위한 계산 수단이자 조세 징수 수단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화폐의 신뢰성이 보장되면 정부 지출에 한계가 없고, 정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으므로 재정적자가 이어져도 파산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균형재정 원칙은 무시된다. 특히 국가가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무제한으로 화폐를 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 국가인 소수 국가만 가능하다.

MMT는 1970년대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워런 모슬러가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스테퍼니 켈턴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교수, 랜덜 레이 미주리대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이 있다. 미국의 대표 좌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정책 브레인인 켈턴 교수와 역시 샌더스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이 MMT의 대표 전도사다.

레이 교수는 저서 ‘균형재정론은 틀렸다(책담)’를 통해 이자율이 낮게 유지된다면 정부가 계속해서 적자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자율을 성장률보다 낮추면 부채비율의 폭발적 증가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제로 금리인 미국이 대규모 적자재정을 펼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레이 교수 등이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미국은 지금 제로 금리 정책에 이어 돈을 뿌리는 형태로 유동성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하고 있다. MMT가 새삼 눈길을 끄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실종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2008년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이 유동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미국 등 주요국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보였지만, 수요 견인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항공 등 산업 국유화, 유동성 장세 출현=현재까지는 MMT의 큰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단 무제한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달러화 가치는 폭락하지 않고 있다. 반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던 금의 가격은 내려가고 달러화 가치는 높아지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기도 했다. 또 MMT의 최대 취약점인 ‘급격한 인플레이션’도 현재까지는 없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제목은 ‘간섭의 날’(interference day)이다.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을 빗댄 이 표현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포퓰리즘 바람 속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정치가들에 의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제한 없는 통화량 확대와 공공부채를 통한 경기 부양은 과거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나타낸 바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과 2000년대 짐바브웨, 2017∼2018년 터키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다는 점이다. 정부 부채를 더 늘리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기존 정책 프레임을 뛰어넘는 통화와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MMT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분석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미국 정부는 프레디맥, 제너럴모터스(GM), 씨티 등에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일부는 국유화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과 방위산업이 구제금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출자해 부실자산을 매입하거나, 일부 국유화 또는 채무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MMT가 경기와 고용을 직접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채권이나 금리보다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용어설명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 정부가 재정 적자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경제 논리다. 정부가 무작정 돈을 풀면 결국 물가가 과도하게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오히려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전통 경제학 논리에 반한다. MMT는 미국 같은 기축통화 국가이거나 일본처럼 외국에서 빚을 내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 통용되는 논리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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