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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8일(木)
대통령은 심사도 없이 4000만원 상당 ‘셀프 무궁화대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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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왼쪽) 국회의장이 2018년 7월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통상 국회의장 퇴임 뒤 수여하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료사진

■ 임기 마치면 수여하는 ‘당연직 상훈’ 논란

고위공직 역임만으로 관행적 수여… 功績검증도 ‘요식행위’

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
국민훈장 중 1등급 무궁화장

장차관급·대법관·헌법재판관
근정훈장 1·2등급 청조·황조

국민이 납득하는 훈장 되려면
자리 걸맞은 활동·업적 있어야


상훈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한다. 정부가 주는 ‘최고 권위의 상’인 만큼 당연히 공적(功積) 또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라는 이유로 임기를 마치면 ‘관행적으로’ 훈장을 수여하는 ‘당연직 상훈’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오는 29일 임기가 끝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정부 포상을 위한 추천 공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포상 추천 공개 검증은 공적 심사를 앞두고 15일간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다. 국회사무처가 행정안전부에 이를 전달하고, 행안부가 심사를 거쳐 수훈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 국회의장은 임기를 마치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아왔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 사무총장은 28일 “훈장은 결국 국민이 주는 건데, 국민이 고위 공직자에게 훈장을 주는 것을 납득하기 위해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일반 국민에게 포상할 때 엄격한 잣대로 공적을 들여다보고 심사를 하듯, 공직자에게 서훈할 때도 공정한 평가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받는 사람도 영광스럽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총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고위 공직자가 임기를 마치면 관행적으로 훈장을 수여하는 것도 적폐 중 하나”라며 “자리에 걸맞은 활동과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훈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입법부나 사법부의 수장에 오른 자체가 ‘최고’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공적에 관계없이 관례적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례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그전까지 수여해 왔는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에 대한 훈장 수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줄곧 이뤄져 왔다.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것을 비롯해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민훈장 무궁화장), 입법·사법·행정부 장관·차관급 인사(청조근정훈장 또는 황조근정훈장), 대법관·헌법재판관(청조근정훈장) 등 특정 직위를 맡고 퇴임하는 입법·사법·행정 고위 공직자에게 1~2등급에 해당하는 훈장을 수여해 왔다.

특히 대통령에 오르면 누구나 받았던 무궁화대훈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모든 대통령이 받는 훈장이란 점 때문에 공적 심사도 하지 않는 ‘셀프 훈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1949년 최초의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셀프 훈장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받았던 관례를 깨고 수여를 미뤘지만 결국 퇴임 직전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종료 직전 받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 훈장을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예 무궁화대훈장을 착용하고 대통령 취임식을 열었다.

상훈법은 대통령 및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 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무궁화대훈장은 목걸이 형태의 경식장, 어깨띠 형태의 대수(大綬)에 다는 정장, 오른쪽 가슴에 다는 부장, 왼편 옷깃에 다는 금장이 모두 한 세트로 금만 약 191돈(717g·2017년 제작 시 4090만 원)이 들어간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통령에 오르면 상징적으로 수여하는 무궁화대훈장에 대해 공적을 평가해 퇴임 이후 수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퇴임 이후 후임 대통령이 줄 경우,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선 전임 대통령의 공적을 의도적으로 나쁘게 평가해서 안 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데다, 정치 쟁점화될 우려도 높아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훈장을 포함한 포장, 표창 등 상훈은 행정기관장의 추천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훈장 및 포장, 표창 등 수여에 관한 상훈법에 따르면 훈장은 모두 12종류다. 무궁화대훈장을 정점으로 건국훈장, 국민훈장, 무공훈장, 근정훈장, 보국훈장, 수교훈장, 산업훈장, 새마을훈장, 문화훈장, 체육훈장, 과학기술훈장으로 분류된다.

등급이 없는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하면 각각의 훈장들은 자체적으로 5등급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면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장 아래 대통령장·독립장·애국장·애족장이, 국민훈장은 무궁화장 아래 모란장·동백장·목련장·석류장이 등급에 따라 수여되는 식이다. 훈장들 사이의 차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훈장보다 한 단계 낮은 격인 포장 역시 건국포장·국민포장·무공포장·근정포장·보국포장·예비군포장·수교포장·산업포장·새마을포장·문화포장·체육포장·과학기술포장 등 12종류가 있다. 훈장과는 달리 등급은 없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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