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토착왜구論의 위선과 악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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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친문(친문재인) 집권세력과 그 추종자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자를 친일파로 몰아 공격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식민통치와 전쟁의 최대 희생자이자 자신들의 반일(反日) 최전선에 동원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까지 ‘입안의 혀’처럼 굴지 않는다고 친일파 딱지를 붙이려는 건 악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가하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비아냥과 폄훼와 모욕은 그들의 바닥 인격을 드러냈다. 이들은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할머니에게 ‘TK 위안부의 노욕’이라는 독설을 퍼붓고, 치매로 몰아가고, 배후 음모론을 제기하고, 급기야는 ‘토착 왜구’라고 비난했다.

국민의 생각을 친일·반일의 틀 안에 가둬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친문의 이런 습속에는 인종주의적 광기(狂氣)가 서려 있다. 인종주의는 역사적으로 전체주의 정권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히틀러 나치 정권은 ‘아리아 인종론’을 토대로 당시 유럽에 살던 1100만여 명의 유대인 중 절반이 넘는 600만여 명을 학살했다. 전후에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보스니아 분쟁, 수단 내전, 르완다 내전 등 비극적 사건이 대부분 인종청소에 속한다. 중국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워 안으론 티베트 등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밖으론 지역 패권을 꾀하는 것도 인종주의의 변종이다. 인종주의는 인류가 낳은 가장 악마적인 통치 기제다.

친문 세력 역시 자신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에 ‘친일 = 매국 = 이적’이라고 공격해왔다. 이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6·25 전쟁영웅과 산업화 주도세력에 걸핏하면 친일의 모자를 씌워 청산하고 궤멸해야 할 대상으로 몰고 갔다. ‘파묘(破墓)법’을 만들어 현충원에 묻힌 호국영령 중 친일 인사를 골라 부관참시하겠다는 끔찍한 주장을 하는 것도 이런 사고에서 나온다. 토착 왜구 구호는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의 반일 정서, 조국의 ‘죽창가’와 맞닿아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토착 왜구”라고 했었고, 이번엔 “윤미향은 굴복 말라”고 했다. 국회·행정·사법의 3부 권력을 장악한 친문 진영과 강남좌파, 자칭 진보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반일 전선’을 일상화하는 가운데 윤미향과 정의연의 권력은 비대해졌고 비호를 받는다.

반일이란 원래 반제·반미를 주요 타격 방향으로 하던 주사파 민족해방(NL) 이념의 하위 구호다. 하지만 일제 강점의 아픈 역사를 경험한 국민에게 친일·반일 프레임은 마약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 친문 집권세력은 과거 특정 종족(유대인)을 인종청소 하려 했던 나치 권력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특정 종족(친일파)으로 몰아 절멸하려는 잔혹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위선(僞善)보다 차라리 위악(僞惡)이 낫다. 반일로 권력을 살찌운 이들이 친일파 척결이라는 칼을 휘두르면서 그게 정의인 양하는 게 바로 위선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28일(친일 세력) 배후 음모론에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 했다”고 부르짖었다. 토착 왜구라는 인종주의적 흉수(凶手)를 약자 중의 약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까지 들이대는 집권세력에서 악마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