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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01일(月)
지도층 반칙·특권에 분노… 한국사회 ‘행복의 노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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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현재 사람들은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기회 불공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재력, 권력을 이용한 특권과 반칙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5개월간 20회 연재 마치며

문화일보·공정성 연구회
통계 분석·르포 등 통해
교육·세대·젠더·일자리·복지
5개 분야 불공정성 심층 보도

교육에 근본적 불공정 내포
입시 손질만으론 해결 난망
조국사태 이후 부의 대물림
교육 불공정에 가장 분노해


문화일보와 공정성 연구 권위자들로 구성된 공정성연구회(총괄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회에 걸친 ‘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공정 가치를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며 불공정 행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권과 반칙으로 쌓은 교육 불공정성이 드러난 ‘조국 사태’나, 시민 대신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시민단체를 이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시민의 극심한 분노도 결국 공정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지와 연구회는 지난 1월부터 5개월간 총 20회 50꼭지의 기사를 통해 △교육 △세대 △젠더 △취업·일자리 △복지 등 5대 분야의 불공정성을 짚었다. 공정성 연구회는 대응 분석(correspondence analysis), 빅데이터 분석 등 고난도 통계 분석 작업을 통해 양적 방법론에 따라 불공정성을 연구했다. 문화일보는 해당 주제에 대해 르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질적 방법론에 따른 사례 연구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행복의 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부당한 차별 경험을 겪고 지도층의 반칙과 특권을 확인하며 사람들은 만성적 울분 감정을 가지게 됐다. 실제 한국인의 ‘연령별 행복 곡선’을 보면, 40대 중반까지 행복감이 줄어들다가 중년부터 고령으로 갈수록 반등하는 ‘U’자형 패턴을 보이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지는 현상(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2018년 한국종합사회조사)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공정성 담론 지형도 중심에 교육 공정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월 이후 4개 언론사 기사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텍스트 마이닝·자연어처리 기반) 결과, 공정·공정성 제목을 가진 기사에 나오는 단어들은 주로 교육, 대학입시, 부의 대물림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 처리를 통해 최적의 공정 토픽으로 산출된 9개의 주제 비중 평가에서도 공정성 문제는 대입제도, 조국 사태, 특권, 검찰 수사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교육 공정성 문제에 집중돼 있다.

이는 결국 사람들이 교육 불공정 이면에는 특권 대물림과 사회 불평등 영속화와 같은 근본적인 불공정성이 내포돼 있다고 인식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문화일보·공정성연구회는 입시 제도를 손질한다고 해서 결코 교육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부유층은 정시·수시와 이를 바탕으로 변형된 어떠한 입시에도 사교육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공정·공정성 토픽 모델링(Topic Modeling)을 통한 9개의 주제 비중 평가에서 공정성 문제는 대입제도, 조국 사태, 특권 등 교육 공정성 문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토픽 모델링은 구조화되지 않은 방대한 문헌 집단에서 주제를 찾아내는 알고리즘 기반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의 한 형태다.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공정성’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학계에서는 한 사회 내에서 세대 간 자원과 기회 배분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회 이동성’ 개념을 활용한다. ‘끈적한 바닥(sticky floors)’과 ‘끈적한 천장(sticky ceiling)’ 개념은 사회 이동성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OECD의 2018년 보고서 ‘A Broken Social Elevator?’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자녀 세대는 상향 이동(upward mobility)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끈적한 바닥),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와 비교해 하향 이동(downward mobility)할 가능성이 낮으며 상층에 지속해서 머무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됐다(끈적한 천장).

특히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에는 상향 이동 기회가 줄어든 환경(세대 간 공정성 약화)이 조성되고, 자녀 세대에 주어지는 기회도 부모 세대의 능력에 좌우돼(세대 내 공정성 약화) 전반적인 사회 이동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젠더 갈등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의 20∼30대 여성은 각종 차별을 겪으며 취업·승진·재산 축적 기회 등에 있어 또래 남성에 비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청년 남성들은 남성이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많다. 이 같은 인식의 격차가 젠더 갈등을 만들고 있다. 2019년에 출간된 ‘공정하지 않다’에 따르면, 청년 남성들은 공적 영역(public sphere)에서 불공정을 겪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할당제·남성군복무제 등에 무게를 두고 공정함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 여성들은 동등한 교육적 성취와 취업기회 이외에도 여성에게 더 기대되는 육아 및 가사 등에 집중하고, 이러한 사적 영역(private sphere)에서의 불공정함에 주목한다. 남성들에게는 ‘생계 부양자 모델’이 강조되며 경제력을 가질 것과 여성들에게는 ‘양육자 모델’로서 양육과 정서적 보살핌 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전통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같은 전통적 가부장제 관념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구속력을 인지하는 가운데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와 누리는 부의 수준은 취업·일자리 공정성 인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취업기회의 공정성에 대해 단계적 다중회귀분석을 한 결과를 보면, 성별·연령·학력 변수만 투입했을 때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은 학력이 높을수록 긍정적이고, 연령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응답자의 학력과 연령에 따라 취업의 공정성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응답자의 주관적 계층을 묻는 문항과 경제적 지위를 가늠할 수 있는 가구 소득을 각각 추가로 투입해 회귀분석을 하면, 취업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응답자의 인식은 가구 소득이 아닌 주관적 계층 인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난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게 인식할수록 취업 기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계층이 갖는 결정적인 차이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망(network)’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주관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경제적 지위만 높은 사람에 비해 인적·사회·문화 자본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비슷한 지위를 갖는 사람들과 활발하게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관계망이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와 친인척의 관계망과 강하게 또는 느슨하게 연결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복지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복지 수요가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수 확보의 문제다. 산업화 시기에 가족에게 지워졌던 육아, 아동 및 노인 돌봄과 같은 의무가 이제 국가에 부여되고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패널 자료를 보면, 증세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장 반대하는 집단은 소득수준을 5분위로 나눴을 때 중하위 그리고 중위에 해당하는 집단인 2·3분위임을 알 수 있다. 5분위 고소득자들보다 중산층 혹은 서민들이 증세에 반대하는 패턴이 나온다. 즉 중산층까지가 부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소득층이 모두 부담하거나 모든 계층이 나눠 부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경제·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경제적 불안정성에 놓인 사람들의 복지 욕구가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산층의 경우 증세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을 알 수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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