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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지적 문화 시점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01일(月)
열혈 팬들, 스타보다 ‘세계관’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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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테인먼트 시장 핵심으로 부상한 ‘메시지’

‘어벤져스’ 12년 서사 속 가족愛·인류구원 등 보편가치로 인기
봉준호, 계급투쟁 영화화 … BTS는 ‘치유·성장’ 일관된 메시지

콘텐츠 속 세계는 허구지만 팬들은 현실에 대입해 해석
국적·인종·성별 초월… 쌍방향 플랫폼으로 세계관 더 공고해져


“당신의 세계관(世界觀)은 뭔가요?”

얼마 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자주 주고받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서 보여준 반지하 세계관에서 빈부차와 차별을 읽어내고, 아이돌 그룹이 트렌드처럼 내놓는 세계관 속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는다. 철학과 인문학에서 언급하던 거창한 세계관은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된 걸까.

◇아이언맨, 봉준호, BTS 세계관의 공통점, 보편적 가치

세계관은 물리적 국경을 초월해 지적·정서적 측면까지 포함한 포괄적 세계를 아우르는 시각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적, 인종, 언어를 넘어 보편타당한 메시지를 담아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증명한 대표적 사례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어벤져스’ 시리즈였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이 모여 거대악인 타노스에게 맞선다는 12년에 걸친 서사는 가족애, 환경, 군축과 평화, 인구 과밀 등 현 지구가 앓고 있는 병을 촘촘히 진단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웅이 이끌며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평화)라는 기조를 담아도 거부감이 적은 것은 그들이 제시한 세계관 속에 담긴 보편적 가치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봉 감독의 ‘기생충’은 전작인 ‘설국열차’와 ‘옥자’ 등을 통해 줄곧 이야기해온 자본 비판과 계급 투쟁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또 세계 팝시장을 뒤흔든 방탄소년단(BTS) 역시 앨범 ‘화양연화’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모든 청년들이 겪는 ‘치유와 성장’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며 숱한 젊은이와 연대했다.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세계관을 구축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캐릭터에게 스토리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공감을 얻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군수업체를 운영해 돈을 번 바람둥이다. 부러움과 동시에 경멸의 대상이던 그는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인류가 파멸하는 것을 보고 이를 폐기하려 하고(‘아이언맨1’),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으로부터 뉴욕을 구하며(‘어벤져스1’), 더 나아가 인류 구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어벤져스:엔드게임’). 바람둥이였던 그가 숭고한 희생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본 팬들은 그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MBC ‘놀면 뭐하니’를 연출하는 김태호 PD는 방송인 유재석을 통해 그가 평소 말하던 ‘TV 유니버스’를 일궈 가고 있다. 김 PD가 창조한 세계 안에서 ‘국민 MC’ 유재석은 트로트가수(유산슬)가 되고, 드럼과 하프를 연주하며(유고스타, 유르페우스), 치킨도 튀긴다(닭터유).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각 캐릭터로 거듭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긴다.

이는 모두 설정이자 허구다. 하지만 탄탄한 내러티브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관을 빚었기에, 이를 공유하는 대중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어벤져스’를 비롯해 유산슬, 펭수 등은 모두 캐릭터 플레이고, 이 콘셉트를 대중과 공유하는 것은 하나의 놀이”라며 “그래서 언론이 펭수의 정체를 밝히려 들면 대중은 싫어한다. 이는 펭수와 대중이 공유한 세계관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대중이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동료로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듯, 이미 이러한 롤플레잉 세계관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과 팬덤, 강력한 세계관을 구축

최근 미디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콘텐츠 유통과 SNS를 매개로 한 쌍방향 소통이 일반화했다. 오늘 한국에서 공개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미주, 유럽, 중동에서도 본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크리에이터들은 국적, 인종, 성별을 초월해 불특정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인류애, 환경, 질병, 전쟁 등이 단골 소재로 쓰이는 이유다.

물론 콘텐츠 속 세계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 안의 가치관이 우리가 사는 물리적 세계에 고스란히 적용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향유하는 이들은 작품 속 세계를 현실에 대입해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여기에 충성스러운 팬덤은 세계관을 더욱 강력하고 오래 지속시키는 동력이 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발달로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국가 간 경계가 무의미해졌지만 메시지는 더 중요해졌다”며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모든 인류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발전적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용·김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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