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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01일(月)
위기때마다 빛났다… 39세 총리의 ‘감동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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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코로나 사태 강력한 봉쇄조치·이슬람 사원 총격 침착한 대응

26세때 英 토니 블레어 보좌관
28세 노동당 비례대표로 의원
당대표 2개월만에 ‘벼락’ 총리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때
다음날 히잡 쓰고 유족들 위로
생방송중 강진에도 여유·차분

탈권위적 소통·따뜻한 리더십
지지율 60%… 역대 최고 인기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는 39세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사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칼럼을 통해 이처럼 선언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전 세계 ‘최연소 여성 정상’인 아던 총리가 ‘리더십의 교본’으로 떠올랐다는 것. 실제로 뉴질랜드는 신속한 봉쇄 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아던 총리의 결단력과 공감 능력, 과학에 대한 존중이 정부의 봉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아던 총리의 인기는 뉴질랜드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뉴질랜드 방송인 뉴스허브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던 총리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했다. 3개월 만에 20.8%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해당 여론조사기관 역사상 최고의 총리 지지율이었다. 2017년 37세 나이로 노동당 대표에 선출돼 단숨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에게 따라붙었던 ‘벼락 총리’라는 별명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집권 2년 반 만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총리로 자리매김한 아던 총리의 ‘위기 대응 리더십’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위기 때마다 빛난 ‘아던 리더십’ 결정적 장면 셋 = 지난해 3월 15일 뉴질랜드는 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던 총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해당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바로 다음 날 검은색 히잡을 쓰고 유족을 찾아 위로했다. 이때 아던 총리가 희생자 가족을 껴안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은 ‘포용 리더십’의 모범 사례로 세계에 감동을 안겨줬다. 또 곧바로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소셜미디어 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당시 가디언은 “아던 총리는 공감과 사랑, 진실성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저신다 아던(가운데)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해 3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의 헤글리 공원에서 열린 이슬람 사원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히잡을 쓴 상태로 유가족을 포옹하며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 결정적 장면은 지난 4월 27일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한 장면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한 달 만이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극소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해냈다”며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당시 누적 확진자는 1472명, 사망자는 19명에 불과했다. 신속하고도 강력한 봉쇄정책 덕분이었다. “경제가 최대 10% 위축될 수 있고, 실업률이 30년 이래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지만, 그는 과감하게 국경 문을 걸어 잠그고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동참을 이끈 ‘설득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아던 총리가 봉쇄 기간 동안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국민과 계속 소통한 것. 3세 된 딸을 재워두고 운동복이나 티셔츠를 입은 채 일상적 대화를 하듯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는 식이다. 밴 잭슨 웰링턴빅토리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던 총리의 브리핑에는 거짓 정보가 없고,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내용도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라’는 신호를 준다”고 평가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5일에는 TV 생방송 인터뷰 도중 강진이 발생했는데도 흔들림 없이 냉정한 태도를 보여 전 세계 네티즌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위기 상황에 혼자 피신하지 않고 주변 스태프와 함께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아던 총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여기는 괜찮다”며 웃는 얼굴로 차분히 대응했다. 이에 일부 미국·영국·호주 네티즌은 그들의 지도자와 아던 총리를 비교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면 벌써 도망갔을 것” “우리도 비겁한 지도자가 아닌 책임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성 리더십의 표본 = 위기에서 빛났던 아던 총리의 신속하고도 단호한, 그러나 따뜻한 리더십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실패한 주요 국가 남성 지도자들과 비교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아던 총리를 비롯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여성 지도자들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소개하며 “효과적인 메시지와 이성적인 대응으로 찬사를 받았다”며 “이는 바이러스 확산을 부채질한 몇몇 주요 남성 지도자와 극명히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이 주목한 ‘아던식 여성 리더십’의 핵심은 탈권위적 소통이다. 그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페이스북 등으로 국민과 소통했으며, 솔선수범을 통해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최근 아던 총리가 약혼자와 브런치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1m 거리 두기 규정’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한 에피소드는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퍼드는 “예약하지 않은 내 책임이 크다”고 했고, 총리실은 “카페에서 기다리는 건 바이러스 규제 기간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로,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 네덜란드 네티즌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뉴질랜드다운 것”이라며 총리 커플을 지지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6개월간 연봉을 20% 삭감하기도 했다.

◇변화를 이끈 청년 정치인 = 아던 총리는 28세에 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지만, 그의 정치 활동은 노동당에 입당한 17세에 시작됐다. 이후엔 노동당 청년 당원으로 활동했고, 잠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정책 자문으로도 활동했다. 10대 때부터 차근차근 정치 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그가 차기 리더로 주목받았던 결정적 사건은 2017년 8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돼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원내 2당에 머물렀지만, 한 달 만에 군소정당을 모아 연정을 이뤄냈다. 당시 아던 대표가 보수 정당인 제일당의 윈스턴 피터스 대표와 직접 담판을 벌여 연정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로써 노동당은 9년 만에 집권당인 국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고, 아던 총리는 대표 취임 2개월 만에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취임 후에도 기존의 틀을 깨는 행보는 계속됐다. 아던 총리는 취임 첫해에 임신했지만, 오랫동안 동거해온 파트너인 게이퍼드와 결혼하지 않았다. 이듬해 약혼했지만, 법적 부부 사이는 아니다. 출산 후에는 6주간 휴가를 떠났고, 3개월 된 딸과 유엔 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정책 역시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신건강, 아동빈곤, 국가 생산성, 경제구조 등 국가 이슈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웰빙예산(Wellbeing Budget)’도 직접 만들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후 내수 경기를 회복할 ‘뉴노멀(새로운 표준)’ 아이디어로 ‘주4일 근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아던 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뉴질랜드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제안을 했다”며 “전 세계 대부분 지도자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하기를 갈망할 때 뉴질랜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과제도 여전히 앞에 놓여 있다. 아던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인사들은 ‘경험 부족’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 또 주택난 해소와 관광업 부흥 등은 아던 총리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 아던 총리의 인맥

출생 : 1980년 뉴질랜드 와이카토 해밀턴
학력 및 약력 : △ 2001년 와이카토대 졸업 △1997년 노동당 입당 △2006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정책 자문 △2008년 노동당 비례대표 의원 △2017년 8월 노동당 대표 △2017년 10월 총리 취임


클라크 게이퍼드 약혼자

저신다 아던 총리는 2019년 동거 중인 파트너 클라크 게이퍼드와 약혼했다. 2017년 총리 취임과 동시에 임신하고 이듬해 딸을 출산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게이퍼드는 “임신이 곧 결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함께 집을 샀고, 아이도 가졌다. 더 두고 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게이퍼드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두 사람의 소탈하고도 틀을 깨는 행보는 아던 총리의 리더십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아던 총리가 2018년 3개월 된 딸과 함께 유엔 총회에 참석했을 당시 게이퍼드가 딸을 안고 아던 총리를 바라보는 장면은 화제가 됐다. 당시 게이퍼드는 아이를 돌보는 ‘사적인 일’로 왔기 때문에 여행 경비는 개인적으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외교부 장관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는 아던이 총리에 오르기까지 결정적 순간을 함께한 정치 파트너다. 2017년 노동당 대표였던 아던이 단 2개월 만에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제일당 대표였던 피터스와의 담판 덕분이었다. 당시 노동당은 총선에 승리하지 못해 원내 2당에 머물렀는데, 보수 성향의 제일당이 고심 끝에 노동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정당과 함께 연정을 이뤄냈다. 피터스 부총리는 아던 총리가 2018년 6주간 출산 휴가를 떠났을 때 업무를 대행했고, 지난해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 사건 당시에는 총기 규제 강화에 뜻을 같이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제일당은 애초 총기 규제 강화를 반대했지만,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입장을 바꿨다.


헬렌 클라크 前 총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를 지낸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아던 총리의 ‘정치 멘토’다. 아던 총리는 2000년대 노동당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클라크 전 총리의 정책연구원으로도 일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뉴질랜드의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아던 총리가 임신 소식을 알리자 트위터에 “모든 여성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겼다. 언론을 통해서도 “아던 커플은 여성이 최고의 일을 하면서 엄마가 될 수 있고, 아빠도 좋은 직장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 집에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게 현대 사회의 가정으로, 바로 이 부분이 뉴질랜드 국민을 감동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前 영국 총리

아던 총리는 26세였던 2006년 영국으로 건너가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80명의 시민 정책단’ 자문으로 활동했다.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역사적으로 청년 정치인 출신 총리를 다수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블레어 전 총리다. 그는 30세에 초선 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고, 44세에 노동당 대표로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 총리에 올랐다. 2007년부터 10년간 재임한 장수 총리이기도 하다. 30대에 정치에 입문해 40대에 국가 지도자가 된 블레어 전 총리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의 토니 블레어’를 꿈꿨고, 결국 블레어 전 총리보다 7년 더 어린 나이인 37세에 전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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