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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01일(月)
조국과 윤미향의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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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땀 흘린 윤미향, 당당한 이용수
의혹투성이에도 여당은 비호
조국 사태와 전개 방식 똑같아

사퇴 요구 막고 民心에도 맞서
회계 비판을 토착 왜구로 몰아
親文 핵심 비리도 점점 불거져


제21대 국회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땀을 많이 흘렸다. 날씨나 긴장한 탓도 있었겠지만, 4일 전인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 의원은 준비된 A4 용지 33쪽 분량의 회견문을 읽기만 했다. 반면 이 할머니는 준비된 원고는 기자들에게 참고용으로 나눠 주고 1시간여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9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명료하게 전달했다.

수사 전문가들은 내용보다 용의자의 태도와 신체의 변화, 눈빛, 진술의 일관성 등을 보고 심증을 굳힌다. 두 사람의 회견을 베테랑 수사관들이 본다면 누구 진술에 힘을 실었을까. 방송인 김어준 씨의 어법으로 얘기하면 ‘저 땀 흘리는 것 보세요. 장문의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을 보니 배후 세력이 준비해준 것이 명백해 보여요.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는데요’라고 평가하지 않을까.

윤 의원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이 예전에 자신이 방송했던 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내용으로 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을까. 진짜 반성과 해명을 할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이 30년 동안 몸담아 왔던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게다가 의정 활동과도 무관한 개인 혐의 해명이다. 그럼에도 국회를 택한 이유는 민주당이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회견 이틀 전 이해찬 대표가 당 안팎의 윤 의원 사퇴 주장에도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윤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감싸기 행태를 보면 지난해 조국 사태와 많이 닮았다. 좌우가 똑같은 데칼코마니처럼 말이다. 조 전 장관도 청문회를 앞두고 딸의 허위 증명서 의혹이 나오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여권 일각에선 장관 후보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 등 당·청 핵심 인사들이 회동을 갖고 사퇴 불가로 입장을 정했다. 국회에서 여당 대변인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장시간 기자회견도 했다. 윤 의원 기자회견을 여당 대변인이 총괄하는 모습과 똑같다.

조 전 장관은 의혹이 커지자 장관직을 사퇴하고 이후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와 부인이 주장했던 내용이 법정에서 많은 증인에 의해 탄핵되는 상황이다. 그를 감쌌던 여당과 지지자들만 할 말을 잃었다. 윤 의원 사건은 검찰 수사가 초입 단계이지만 지금 나온 의혹만 보면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조 전 장관 문제를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시켜 검찰을 압박하고 수사팀마저 모두 해체시켜 버렸다.

여당 의원들은 윤미향 사태가 터지자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라며 역공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프레임이 통하려면 이용수 할머니를 ‘토착 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진보 진영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던 친일·반일 프레임이 더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권에 180석을 몰아준 민심의 본질을 오독(誤讀)하고 밀어붙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대표가 당내 회의론에도 강하게 윤 의원을 옹호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여당이 독점해온 공정·정의의 가치가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면서 일본과 문제를 풀려는 모든 시도를 친일로 매도했던 윤 의원과 정의연이 결국은 조직·활동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앞으로 같은 방식 운동은 어렵다. 이 대표가 윤 의원을 감싸면서 이젠 윤 의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집권 여당의 문제로 넘어갔다. 여당이 윤 의원을 결사옹위하는 이유가 혹여 정의연이 무너지면 노무현재단 등이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검은 그림자’가 노무현재단에 드리워지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주도해 만든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기획실장을 했던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의 차명계좌 관련 주장도 나온다. 권력이 진실의 힘을 이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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