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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01일(月)
부작용 더 클 ‘임대차 3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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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전세가격을 못 올리게 한다고요? 그럼 ‘미리’ 올리거나 ‘몰래’ 올리겠죠. 정부가 단속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종 개발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용산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또 다른 부동산 규제가 나올 것이란 얘기를 듣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40년 가까이 한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해왔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인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르는데, 무조건 가격만 누르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민생법안이란 미명으로 또다시 부동산 규제법안을 발의할 것을 천명했다. 소위 ‘임대차 보호 3법’이라 불리는 규제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전월세 거래 시 신고의무를 부여한 ‘전월세 신고제’를 시작으로, 임차인이 원하면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 그리고 임차인 재계약 시 임대인이 기존 전세금을 5% 초과해서 올릴 수 없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가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통과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은 전셋값 급등으로 서민들이 집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을 통제해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인 적은 없다는 점이다. 중개업자의 말대로, 제도 도입 전 전세금을 큰 폭으로 시기를 앞당겨 올리려는 임대인이 늘어날 것이다. 또 서류상으론 가격을 5% 미만으로 인상하겠지만, 실제 거래에선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하는 ‘이중계약’도 성행하게 될 게 뻔하다. 1989년 임대차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도 그해 서울의 전셋값은 전년보다 23%나 올랐다.

비싼 가격이라도 서울 내 입지 좋은 곳에 집을 갖고 싶고, 전세를 얻고 싶어 하는 수요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격은 오른다. 지나친 지대 상승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에 정부가 이를 제어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규제는 ‘시장엔 투기꾼들만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가격 통제라는 규제만 강조하고 있다. 여권에서 인용하기 좋아하는 유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도 임대료 폭등으로 인해 올해부터 5년간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함께 사전 임대료 인상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독일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극단적인 가격 통제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높다. 기존 종합부동산세 강화나 대출 규제 등과 달리 임대차 보호 3법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현시점에서 시장경제 원칙을 따라야 한다.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급과 함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을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석수 177석 확보에 취해 임대차 보호 3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또 다른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e-mail 박정민 기자 / 경제부 / 차장 박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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