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니 킹’ 이후 첫 연방軍 동원·통금확대…美 ‘준계엄’ 상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무릎 꿇은’ 軍·警 미국 경찰과 주 방위군이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경찰청 앞에서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흑인 남성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트럼프 “軍투입” 선언

“폭력 선동 극좌파 강력 처벌”
주지사들에도 ‘강경대응’ 주문

지지층 결집·조기 경제정상화
강경대응 필요하다 판단한 듯

軍·시위대간 유혈충돌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폭력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미 전역이 사실상 준(準)계엄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법과 질서’를 수차례 강조하고, 힘을 통한 진압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최악의 경우 군과 시위대 간 유혈 충돌도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폭동과 약탈을 막고, 파괴와 방화를 종식시키며,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과 군대 등 가능한 모든 연방자산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면서 “만약 주와 시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행동을 취하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미군을 배치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군 동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근거는 소요 상태 시 대통령의 군 투입을 허용한 1807년 폭동법으로, 이 법이 적용되는 것은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당시 흑인 폭동 이후 처음이라고 NBC 방송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성난 폭도” “약탈자” 등으로 표현했으며, “시위의 배후에 급진적 좌파인 안티파가 있다”는 이야기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도 주 방위군 투입을 주저하는 주지사들을 상대로 “시위를 장악하지 못하면 얼간이가 되며, 시위대를 10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시위가 인종차별 항의를 넘어 약탈·방화 등 폭력시위로 번지자 지지세력인 보수층 결집과 조기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폭력시위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 사례를 언급하고, “무고한 생명과 자산을 위협하는 이는 체포, 구금되며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 배후에는 “폭력을 선동하는 안티파 등이 있다”는 발언도 이날 또다시 내놓으면서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졸린 조 바이든의 사람들은 너무나 급진 좌파여서 그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을 감옥에서 빼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을 더욱 부추기며, 강경 진압에 따른 유혈 사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