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mium Life >물·보리·시간의 합창… 황금빛 香을 음미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발베니 50년 메리지(Marriage) 두 번째 시리즈인 0197. 전 세계 110병 한정으로 선보였으며 국내에는 단 한 병을 6000만 원에 출시했다. 발베니 제공

발베니 싱글 몰트 위스키

128년동안 정통 수제 고집
보리 재배·오크통 제작·숙성
전 과정 장인의 손 거쳐 완성

50년 세월 담은 메리지 시리즈
전세계 110병… 1병 6000만원
향 섬세하고 끝맛은 부드러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발베니가 생산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들. 보리 재배부터 경작, 몰팅, 증류, 오크통 제작, 숙성, 병입 등 전 과정이 공정별 장인의 손을 통해 이뤄진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로 유명하다. 발베니 제공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이란 위스키를 만들 때 보리를 가공하는 공정을 뜻한다. 보리를 씻은 뒤 매끄러운 바닥에 두고 4∼5일간 열을 가하면서 달콤한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보리가 건조와 발아를 거치면서 엉겨 붙을 수 있어 일정한 시간마다 계속 뒤섞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복잡해 최근에는 플로어 몰팅 공정을 진행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플로어 몰팅 기법을 고수하며 매년 정통 수제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한 증류소에서 보리만을 증류한 술)’를 한정 생산하는 곳이 있다. 1892년 스코틀랜드에 증류소를 설립,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베니(The Balvenie)다. 발베니는 ‘보리와 물’을 직접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증류소 설립부터 현재까지 플로어 몰팅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보리 재배부터 경작·몰팅·증류·오크통 제작·숙성·병입 등 전 과정이 공정별 장인의 손을 통해 이뤄진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로 명성이 높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발베니가 직접 재배하고 있는 보리밭 전경. 발베니 제공

특히 발베니는 50년간 숙성시킨 ‘메리지’시리즈로 한층 고급스러운 위스키 브랜드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메리지 시리즈는 2018년 ‘0962’로 처음 선보였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4개의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50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선보인 메리지 0197의 경우, 기존 시리즈에 오크통 하나를 더해 총 5개의 각기 다른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50년간 숙성된 원액을 사용해 만들었다. 오크의 타닌 향과 짙은 과일 향이 코끝을 가볍게 스침과 동시에 꿀과 다크 초콜릿의 여운이 입안에 깊게 감돈다. 이어 끝맛은 50년 세월이 담아낸 강한 향과 함께 오크의 부드러운 맛으로 마무리된다.

메리지 0197 전용 케이스는 스코틀랜드 목재 장인 ‘샘 치너리’가 만들었다. 48개의 호두나무 원목과 2개의 황동이 들어간 원통형 전용 케이스로 총 50개 층으로 제작됐다. 위스키병의 경우 스코틀랜드 유리 장인 스튜디오인 ‘글라스톰’ 전문가들이 100% 수공으로 작업했다. 원료는 무연 크리스털로, 발베니의 전통적인 모양을 매끄러운 곡선으로 재해석하면서 증류기의 실루엣을 그대로 반영했다. 발베니 메리지 0197은 전 세계 110병만 출시됐고 국내에는 단 한 병이 입고됐다. 한 병당 가격은 약 6000만 원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발베니의 직원이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오크통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발베니 제공

발베니는 메리지 시리즈 외에도 매년 정통 수제 프리미엄 싱글 몰트 위스키를 한정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몰트 위스키 개발과 생산에 평생을 바친 수석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노력이 자리한다. 그는 1945년 스코틀랜드의 서쪽 해안 지방에서 태어났다.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가 공식 최초 수출이 되기 한 해 전인 1962년부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해 1974년 몰트 마스터로 지명됐다. 약 13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발베니 브랜드의 제5대 몰트 마스터로서 업계 최장인 58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스튜어트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ISC(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로부터 다섯 번 연속 올해의 증류주 제조사상(Distillery of the Year)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2011년에는 월드 위스키 어워드(World Whiskies Award) 첫 수상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각 업계 대표 장인들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훈장인 MBE(Member of the 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 메달을 받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법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가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캐리비안 캐스크 14년, 더블우드 17년, 포트우드 21년, 발베니 30년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김온유 기자 kimon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