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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색조 매력’ 파주의 맛
- ‘임진나루터집’ 장어구이
철판 위에 마늘 편 깔고 올려
2번 걸쳐 내놓아 온기 이어져
- ‘인천식당점’
고소한 뽀얀 국물 소머리국밥
매일 찬 바뀌는 5000원 백반
- ‘DMZ 천년꽃차’
인근서 재배된 꽃으로 우려내
장단콩 쿠키·마카롱도 일품
임진강을 통해 개성으로 배가 오가던 활발한 교통의 요지이자 경순왕릉과 율곡 이이의 생가 등 유적지도 많은 경기 파주는 6·25전쟁 이후 군사지역으로 변모했다. 파주에서는 무심히 도로를 지나는 군사차량과 휴대전화 최북단 위치표시 등이 우리의 불운한 역사를 수시로 일깨워준다. 그래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도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헤이리 예술마을과 파주출판단지 및 인근 쇼핑 단지가 들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팔색조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문산읍 임진리에는 고려시대 때부터 개성을 오가던 임진 나루터가 있다. 인근 율곡리에는 율곡 이이의 생가, 신사임당의 무덤 그리고 임진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인 ‘화석정’도 있는데 이 지역에서 3대째 장어구이집을 운영하는 ‘임진나루터집’을 방문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참숯으로 구워낸 장어구이. 초벌구이를 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장어를 바로 잡아 숯불에 구워내기 때문에 씹는 촉감이 매우 부드럽고 담백하며 신선하다. 소금구이 그리고 간장으로 맛을 낸 양념구이 2가지가 있는데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식당점’ 소머리국밥
장어가 구워지는 동안 제공되는 찬의 수가 많았다. 알타리무김치, 연근조림, 오이김치, 연두부, 동치미, 나물, 묵, 메추리알조림, 단호박, 장어와 함께 즐길 생강 채, 멸치와 꽈리고추 조림, 버섯조림, 양파초, 고구마줄기볶음 등이 나왔다. 반찬 하나하나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장어구이는 철판 위에 생마늘 편을 깔고 지글지글 식지 않게 나왔는데, 손님들에게 따뜻하게 제공하기 위해 장어1㎏ 을 2번에 나눠 내놓았다. 이렇게 2번에 나눠 내기 때문에 장어 1㎏을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반반씩 주문할 수도 있다.
소금구이만 주문해도 간장 양념을 상 위에 제공해 주는데 적당한 단맛과 집 간장 맛이 조화된 약간 묽은 장어 양념이 맛있었다. 예약하면 자연산 장어도 맛볼 수 있다. 자연산 장어의 요즘 시가는 1㎏당 20만 원 선이라고 했다. 식당 바로 옆 동네가 ‘황복마을’인데 임진나루터집에서는 가을 임진강에서 잠시 잡히는 황복 요리도 맛볼 수 있다. 2대째 부부와 3대째의 손자가 함께 일하는 오래오래 문 열었으면 하는 식당이다.
오일장이 서는 파주 적성면에는 오래된 장터 식당이 많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이곳이 ‘임진강 한우마을’로 지정돼 정육점에서 한우와 고기 등을 사서 인근 식당에서도 구워 먹을 수 있게 됐다.
적성면에서 40년 넘게 소머리국밥을 팔아온 ‘인천식당점’을 방문했다. 이곳의 메뉴는 딱 2가지. 소머리국밥과 백반이 있다. 오래 끓여낸 소머리국밥의 고소하고 뽀얀 국물도 좋았지만, 손 크게 썰어 넣은 쫄깃한 머리 고기가 부드러웠다. 백반은 5000원 가격에 큰 만족을 주는 찬들이 함께 나오는데 매일매일 바꿔가며 준비한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꽈리고추조림, 두부조림, 무생채, 배추김치, 무김치, 감자조림, 나물 1가지, 구운 김과 무국이 준비됐는데 특히 들기름을 발라 직접 구워서 큼직한 크기로 잘라낸 김이 맛있었다. 하얀 밥에 싸먹으니 고소하고 기분이 좋았다.
식당 대표를 비롯해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연배가 꽤 있었지만 다들 목소리도 크고 활달해 식당에 생기가 넘쳤다. 인근 부대 군인들에게 10% 할인해 준다는 정겨운 안내 글, 식당 내 작업대에서 김에 들기름을 바르고 있는 아주머니, 식당 밖에서 김칫거리를 손질하는 식당 주인의 모습이 정겨운 시장 국밥집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줬다. 단골에 한해 전화 예약하면 메뉴에 없는 장어구이를 비롯해 다양한 계절 음식도 내온다니, 단골 지위 획득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파주에는 6·25전쟁 당시 미군뿐만 아니라 영국군 등 많은 국가의 부대들이 주둔해 있었다. 국내 유명 가수들이 젊은 시절 활동한 클럽들이 모여 있었다는 인근 장파리와 교통의 요지인 문산리 문산 삼거리 일대는 당시 주둔부대를 위한 식당과 다양한 위락시설이 모여 있었던 곳이다. 6·25전쟁이 만들어낸 음식인 부대찌개는 이 지역에서 성행하던 음식이었다.
50년 전통을 앞세운 부대찌개집이 모여 있는 문산 삼거리의 대표주자 ‘삼거리 식당’을 방문했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위주로 즐기는 의정부식 부대찌개를 제공하는 곳이다. 콩과 치즈는 없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맛이 훌륭해 육수를 어떻게 내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맹물’이란 답이 돌아왔다.
찌개에 들어간 김치, 고기, 소시지, 야채 등을 함께 끓여내면 저절로 좋은 맛을 낸다고 했다. 재료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도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오래된 식당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비무장지대와 인근의 진동면, 군내면, 장단면 지역에서 재배된 야생 꽃을 활용해 생산해낸 야생꽃차를 내는 카페가 있는 탄현면 대동리로 향했다. ‘DMZ 천년꽃차’가 그곳이다. 노란 컨테이너에 파란색 리본이 달려 있는 눈에 띄는 외경이 독특했다. 차 개발자 이가영 대표는 “목련꽃차는 동의보감에, 특히 호흡기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며 “비염이 있는 분들은 진하게 우려내 마셔보길 권한다”고 했다. 목련꽃은 3∼4월 사이 나무에 잎이 나기 전 먼저 피는 꽃으로 꽃봉오리는 약재료로 쓸 정도로 제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꽃이다. 이 대표가 추천하는 ‘목련차’와 이 지역의 대표작물 ‘장단콩’을 넣어 만든 ‘쿠키’와 ‘마카롱’을 시식해 보았다. 목련차는 국화차보다 쌉쌀한 맛이 덜하고 부드러웠는데 은은한 꽃 향과 차를 마신 이후의 긴 여운이 좋았다. 또한 장단콩 함유량이 50% 이상이라는 마카롱과 쿠키는 고소함이 진했고 부드러웠으며 글루텐 함량이 낮아 소화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의 군부대 1사단, 25사단번호를 활용한 ‘사단콩초코쿠키’는 재미있는 기념품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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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메뉴인 ‘얼큰칼국수’는 진한 멸치 육수의 맛과 향이 깊고 구수했다. 국수 그릇 측면에 한 숟가락 양념이 함께 묻어 나오는데 이 양념장이 얼큰함의 비법이다. 한꺼번에 모두 다 넣어 맛보는 것도 좋지만, 처음에는 양념 없이 국수를 즐기다 조금씩 양념을 풀어 다양하게 매콤한 정도를 조절하며 국물 맛의 변화를 즐겨보면 좋겠다. 이 집의 단골들은 얼큰칼국수를 야식이나 술안주로, 혹은 해장용으로 즐기기 때문에 이튿날 오전 4시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내내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얼큰칼국수가 이 집의 대표메뉴지만 홍합이 들어간 칼짬뽕도 인기 메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참숯장어구이와 매운탕이 유명한 ‘임진나루터집(031-952-2723)’의 주소는 문산읍 임진나루길 21(임진리 40). 자연산 장어와 짧은 시기에 나오는 황복은 미리 주문해야 하며 시가로 판매하고 있다. 양식장어 1㎏ 10만 원.
오일장이 서는 임진강 한우마을에 있는 ‘인천식당점(031-959-3665)’은 적성면 솥뒤로 37번지길 4에 위치한다. 소머리국밥 7000원, 백반 5000원. 고기를 사서 가면 메뉴별 세팅비 3000∼5000원을 별도로 받는다. 의정부식 부대찌개로 유명한 ‘삼거리식당(031-952-3432)’은 문산읍 문향로 1012(문산삼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부대찌개 8000원, 소시지 추가 3000원, 고기 추가 7000원.
파주에서 생산되는 야생 꽃으로 만들어낸 꽃차와 장단콩으로 만든 쿠키와 마카롱을 판매하는 ‘DMZ 천년꽃차(010-9107-2353)’의 주소는 탄현면 대동리 82-3. 목련꽃차 1만 원, 벌꿀차 5500원, 개성인삼셰이크 6500원, 장단콩이 50% 이상 혼합된 장단콩쿠키 1개당 1000원, 마카롱 1개당 1500원, 인근 군부대 번호가 쓰인 ‘사단콩초코쿠키’ 1개당 2000원. 얼큰한 칼국수와 짬뽕이 유명한 ‘언칼국수(031-949-8839)’는 파주시 금정 20길 23에 있다. 얼큰칼국수 6000원, 칼짬뽕 8000원.
파주에서 들러보면 좋을 만한 곳을 몇 곳 덧붙인다. 출판단지 내에 있는 활판인쇄 전시장 및 카페 ‘활판공방(031-955-0084)’은 문발로 203에 위치한다. 카페간판 ‘Books & Press’만 보인다. 인쇄교실, 그림교실, 인쇄와 책 교실 등 활판인쇄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신청해 참석할 수 있다. 미리 문의 및 예약해야 한다.
출판단지와 롯데아울렛 인근에 위치한 도토리를 주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는 ‘심학산 도토리국수(031-941-3628)’의 주소는 교하로 681번길 12. 투툼한 도토리전 1만7000원, 도토리 국수를 활용한 도토리쟁반국수 2만3000원. 도토리사골들깨수제비 1만 원.
프로방스 마을 내에 있는 유명빵집 ‘류재은 베이커리 본점(031-939-8493)’은 탄현면 요풍길 265에 위치한다. ‘허브와 마늘빵’이 대표 빵이다. 7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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