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저자세 논란 확산… 北 남남갈등 의도 적중

대북전단 제재 추진 파장

접경지 “살포 중단” 건의에
통일부 여론전 돌입 분석도
‘9·19합의 효력상실’ 지적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가 즉각 법 제정 입장을 내고 나선 것과 관련, ‘대북 저자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북 전단 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이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며 도발하는데도 정부가 항의는커녕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을 두고 남북의 합의 정신이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북한의 대남 도발보다 김 제1부부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국가 안보에 큰 위협 요인으로 보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감시초소(GP) 총격과 같은 문제엔 대응을 자제했던 정부가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즉각 “법 제정 중”이라며 수습한 사실을 비판하고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문제 삼은 것이다. 천 전 수석은 “북한 주민들에게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알려 북한 사회가 더 긍정적으로 변하도록 하는 게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북한 체제 유지를 우리 대북정책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는 모습으로 대응하면서 남남갈등도 시작된 분위기다. 당장 탈북민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정부에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같은 국제인권단체도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안 제정 뜻과 관련,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나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탈북민 단체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시켜 달라”며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를 놓고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중단에 필요한 명분을 확보하고자 여론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와 ‘메아리’도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대북 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하고 묵인 조장하는 남조선 당국의 음흉한 심보”라고 주장하며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위한 대남 압박을 이어갔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정신을 따르기는커녕 합의를 빌미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저자세 논란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