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법사위원장 맡되 상임위 요구땐 법안 전원위 회부”

- ‘법사위 논란’ 전문가 제언

“與,모든 상임위원장 독식 안돼”
“법사위가 내용 바꾸는 건 문제”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정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야당이 차지하는 관례가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일부는 전원위원회 회부·연석회의 개최 등으로 법사위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직을 맡는 것은 의회 운영에 있어 중요한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사위가 ‘입법 관문’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법안들이 적체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안을 여당과 다른 시각에서 한 번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사위원장직은 야당에서 가져가야 한다”며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직을 맡아 왔던 그간 관례를 지켜줘야 국회 운영에 안정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법사위로 인해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는 여당 주장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민주주의에서는 속도를 가지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속도가 가장 잘 나오는 권위주의 제도를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전문가는 전원위원회 회부 등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의 실질적 내용까지 바꾸려고 하는 경우가 문제”라며 “해당 소관 상임위 요청에 따라 전원위원회 회부를 해서 결정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위원회 회부·연석회의 개최 등을 통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임위에서도 체계·자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체계·자구심사는 기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그건 법제실이나 사무직원 단위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전원위원회 시스템으로 가거나 연석회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한국처럼 위원회 중심주의 체제로 가면서 하나의 위원회가 다른 위원회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종민·손우성·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