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비조, 별리, 130×97㎝, 혼합재료, 2020
세상이 복잡다단할수록 우리는 그만큼의 ‘페르소나’, 즉 사회적 가면을 필요로 한다. 카를 융(K. Jung)의 말마따나 우리는 천의 얼굴로 둔갑하는 변검술사다. 도대체 왜, 또 언제부터 페르소나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그것들을 벗기면 민낯의 자아는 어떤 모습들일까.
비비조(조혜윤)의 화면에 등장하는 가면을 쓰지 않은 ‘자기’는 하나같이 뿔이 나 있다. 큰 눈이 그렁그렁하니 이글거리는 것을 보니 무언가 쓰라린 좌절을 맛본 모양이다. 예쁜 얼굴에 분노의 표정은 추상보다 시리다. 이런 상황에서 ‘된’ 아이와 ‘못된’ 아이의 기준은 가면이어야 할까.
남의 가슴엔 ‘사랑’의 좌절로 열불이 났을 텐데, 어른들은 그저 멋쩍게 웃을 것이다. 새침데기 악동 캐릭터가 떠올라서만도 아니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자기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너도 세상 살다 보면 가면으로 감춰야 할 게 많을 거야.’ 혹시라도 이건 아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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