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패션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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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마스크가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천연 섬유와 항균 한지(韓紙)로 만든 친환경 명품 수제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개성과 취향에 따라 나만의 맞춤형 마스크로 맘껏 멋을 내고 있다. 색깔과 디자인도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각종 꽃무늬로 장식한 것은 기본이다. 나비 등 곤충을 그려넣은 것도 있다. 마스크도 잘 쓰면 멋쟁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회용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패션 감각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기성 마스크도 제작사에 따라 디자인과 색깔이 다양하다. 처음엔 천편일률적으로 흰색이었으나 지금은 검은색, 분홍색은 물론 일곱 빛깔 무지개색이 부족할 정도다. 같은 색깔과 디자인을 한 연인들의 커플 마스크도 눈에 띈다. 아이들의 경우 미키마우스 등 캐릭터로 장식한 마스크를 애용한다. 마스크에 글씨를 새겨넣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목적일까. ‘ㅋㅋㅋ’나 ‘훈남’ ‘훈녀’ 등이 그 예다. 마스크 표면에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로고를 표기해 광고하는 재치도 돋보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천 대신 안경처럼 투명 유리로 만든 마스크도 등장했다. 안면 인식 마스크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자신의 코와 입 사진을 찍어 마스크 천에 인쇄해 마치 마스크를 안 쓴 것처럼 보인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0 파리 패션위크에서 에어필터를 장착한 독특한 디자인의 마스크가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가 시작되자, 36만 원이란 고가에도 매진됐을 정도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인 펜디의 로고를 박은 30만 원대 면 마스크는 특별한 기능 없이도 완판을 기록했다. 구찌,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 로고가 프린트된 천으로 만든 짝퉁 제품도 시중에 나돌고 있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명품 가방이나 의류처럼 마스크도 경제적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가 됐다. 다양한 마스크가 출시돼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마스크가 필요 없어질 날을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즐겁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