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당중앙’ 등장할때와 상황 유사… 당시도 해석 분분했지만 김정일이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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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당중앙’표현 전문가 분석

“김정은 유사시 대비한 것”
“무리한 후계작업 없을 것”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전단 비난 담화 이후 ‘대남정책 총괄 역할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 노동신문이 ‘당중앙’ 띄우기에 나선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유사시를 대비해 후계 구도를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 전역에선 연일 이에 부응하는 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사회 전반에서 그의 위상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비난 담화로 대남사업에 나선 지난 4일 이후 노동신문에선 3차례에 걸쳐 당중앙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노동당 고위급들 주도로 그를 옹위하듯 대규모 궐기대회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노동신문에서 언급한 당중앙이 후계자를 지칭한다고 분석되는 이유는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당중앙으로 지칭하며 만들어진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구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서론과 10개 조로 구성돼 있는데, 1∼9조는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주를 이루고 마지막 10조에 당중앙이 등장한다. 인민들은 수령에게 충성해야 하며 당중앙은 ‘대를 이어 계승한다’는 논리 구조다. 당시에는 당중앙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이란 분석과 함께 북한의 주요 기관을 뜻한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최근 노동신문의 당중앙에 대한 논설과 기사도 같은 유일사상 10대 원칙과 같은 구조로 돼 있다. 글의 초반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영도자’와 ‘최고존엄’ ‘수령’으로 표현하며 결사옹위 대상으로 삼고 마지막 문단에 당중앙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김 제1부부장에게 당중앙이라는 지위와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일사상 10대 원칙과 기사의 구성을 보면 후계자의 지위와 반열, 역할로 점점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며 “당중앙이란 표현 자체가 후계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김 제1부부장에게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10일자 ‘혁명의 핏줄기를 꿋꿋이 이어’라는 기사에서도 “혁명 전통이란 혁명정신이 대를 이어 꿋꿋이 계승되는 것”이라고 강조해 후계구도 암시를 내비쳤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김 제1부부장의 위치를 두고 다수의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했었다.

전문가들은 후계구도를 뜻하는 당중앙이 김 제1부부장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당중앙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판단하기 이르고 좀 더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자녀들이 나이가 어리고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무리하게 후계 작업을 펼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46년 전 후계자를 지칭하며 사용했던 당중앙이란 단어를 재차 후계자를 뜻하며 사용했을지 의문이 든다”며 “후계자보다는 김정은 위원장과 당의 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