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깡, 꼰대, 일론 머스크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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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요즘 ‘깡’과 ‘라떼형’ 모르면 진짜 ‘아재’ 소리 듣기 쉽다. ‘깡’은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한 노래다. 인기 절정의 비가 한껏 힘줘 만들었지만,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커버(따라부르기) 영상을 올리면서 부활했다. ‘1일 1깡’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잊힐 뻔했던 비는 다시 스타덤에 올랐다. 조롱과 비아냥까지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라떼형’은 ‘나 때는 말이야’하며 속칭 꼰대들이 자주 쓰는 표현에 대한 풍자다. 사사건건 옛일만 들먹이며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라떼형 = 꼰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꼰대는 무척이나 듣기 불편한 단어였다. 잘못 쓰면 실례였다. 그러나 이젠 공공연하게 꼰대를 말한다. ‘나꼰’과 ‘따꼰’, ‘젊꼰’ 등으로 분류해 즐긴다. ‘나꼰’은 나쁜 꼰대, ‘따꼰’은 따뜻한 꼰대, ‘젊꼰’은 젊은 꼰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뜻일지 알 수 있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을 보면 ‘나꼰’ ‘따꼰’ ‘젊꼰’이 다 나온다. 옛것에 집착하는 시니어 인턴 이만식(김응수)은 ‘나꼰’, 이만식에게 구박당하다가 처지가 역전된 가열찬(박해진) 부장은 ‘젊꼰’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을 헤아리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차츰 ‘따꼰’이 되어 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가 전해졌다. 전기차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드디어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머스크가 지난해 9월 “2024년에 승객 100여 명을 태우고 화성 탐사에 나서겠다”고 했던 발언이 현실로 다가왔다.

깡, ‘따꼰’, 일론 머스크엔 공통점이 있다. 낡은 과거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인정해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건강사회학자 가와이 가오루는 ‘싫은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도 닮지 않는 법’이란 책에서 꼰대가 되지 않고 품위 있게 일하는 노하우를 제시했다. ‘꼰대 예방을 위한 직장생활 10계명’이다. 이 중 첫 번째가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감정에서 벗어나라’다. 가오루는 “꼰대는 저절로 양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탄생한다”며 “구태의연한 선택을 반복하며 틀에 갇히지 말고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비의 ‘깡’에는 팬들이 만든 ‘비의 시무 20조’가 있다. 고려 시대 최승로의 ‘시무 28조’를 패러디한 것이다. 여기에도 비슷한 게 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자아도취 금지’다. 머스크도 낡은 관습을 경계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머스크가 주장해온 ‘제1원리 사고법(First Principles)’에 주목했다. 제1원리란, 경험적 자료가 아닌 기본적인 과학지식에 근거한 정보를 말한다. 머스크는 “낡은 관습을 벗어던지고 문제의 근본부터 독립적으로 사고하라”고 강조했다.

깡, 꼰대, 머스크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비결은, 과거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정하려는 자세에 있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인터넷에 유행하는 ‘꼰대 테스트’부터 해보자. 약 40개 문항이 나온다. 레벨 1∼5까지 있다. 5로 가면 심한 거다. 혹시 레벨3 이상이라면 각성하자. 그러면 비의 노래를 ‘1일 1깡’ 하면서 ‘따꼰’이 돼 우주여행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