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따끔하게 호통치던 ‘죽비’같은 친구… 편히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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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구(1955∼2012)

8년 전, 친구 김명구가 유난히 흰 구름이 아름답던 날, 홀연히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나버렸다. 나쁜 녀석. 당시 영정 앞에 향불을 피우며 욕을 했다. 내 가슴에 그렇게 큰 구멍 하나 뚫어 놓고 먼저 가버리다니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나왔다.

녹음방초의 계절인 요즘 자네가 몹시 그리워진다. 자네가 떠난 지 올해로 8년. 늘 소탈하게 웃으며 담소를 즐기던 선한 모습이 이제는 잊힐 만한데도… 나는 아직도 마음속에서 자네를 보내지 아니하였네. “아니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다 어떻게 하라고? 우린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그렇게 서둘러 가면 다인가.” 혼잣말을 되뇌며 원망해본다. 다들 한결같이 자네와의 작별을 애통해하고 슬퍼하였다네.

오늘 자네와 단골로 다녔던 허름한 ‘할매해장국’ 집에서 혼자 해장국을 안주 삼아 평소 즐겨 마셨던 막걸리를 식도에 장렬히 산화시키며 자네를 추억하였다네. 맑고 순박한 얼굴, 따뜻한 시선, 물결 잔잔히 퍼지는 듯 평화로운 미소. 해맑은 하늘빛 웃음을 띤 기쁜 모습. 몸에 밴 겸손, 기개는 하늘을 찌를 듯 드높았고 생각은 사심 없고 청렴하며 강직한 성품. 상대방에 대한 자유자재의 배려 그리고 탁월한 설득력.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풍부한 유머. 칭찬에 익숙하고 힐책에 인색했던 인간미 넘치는 자네가 그리운 것은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리라. 학벌은 낮았으나 학식은 높았으며, 언행에 격식을 차리지 않았으나 사람을 대할 때는 낮은 데로, 낮은 데로 먼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예의, 투박함 속에 숨겨진 그 따뜻한 마음을 어느 누가 감히 흉내라도 낼 수 있었겠는가.

자네가 항상 열정으로 설파하던,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정신적 빈곤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해내던 자네의 모습이 아직도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네. 그것이 내 정신을 일깨우는 고요한 외침이고, 따끔하게 호통치는 죽비이고 나를 위한 가르침임을 왜 진작 몰랐을까. 자네가 떠나기 며칠 전, 단골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잔 나누었던 것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네. 천년을 산다 해도 만년을 산다 해도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의 신비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이리라.

재작년, 자네와 각별했던 재동이 친구도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많은 친구의 가슴 멍한 애도 속에 자네가 머무는 하늘나라로 갔다네. 참으로 유쾌하고 호쾌한 낭만이 깃든 멋진 친구였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떠났다네. 아마 자네가 적적할까봐 동무하러 급히 갔나 보다. 자네들이 떠난 자리에 초여름의 영롱한 이슬이 아롱지며 뚝뚝 떨어지고 있다네.

누구나 한번 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숙제를 남겨둔 채 아쉽게 떠나버렸다. 이제 나보다 먼저 하늘길로 떠난 내 친구들을 용서해야겠지.

친구여! 걱정일랑 미련일랑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

친구 김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