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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15일(月)
“우리는 참전용사 잊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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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미국 델라웨어주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 선 한나 김 씨.
온라인 ‘한국전쟁 기념관’ 개설한 재미교포 한나 김

3년간 30개국 돌며 참전비 찾아
1200명 인터뷰 동영상으로 제작
수집한 역사적 자료·기록 모아
25일 ‘6·25 70주년’ 맞춰 오픈

“80~90代 된 참전용사 바람은
생전에 한반도가 하나 되는 것”


“우리는 참전용사들을 잊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온라인 ‘한국전쟁기념관(www.KoreanWarMemorials.com)’을 개설한 재미교포 한나 김(37·한국명 김예진)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전 세계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17∼2019년까지 세계 30개국, 미국 50개 주를 돌며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참배하고, 6·25전쟁 참전용사 1200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취지에 공감한 현지 한인들의 도움이 컸다. 이번 웹사이트 제작은 이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씨는 “그동안 수집한 역사적인 자료와 기록들뿐 아니라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6·25전쟁을 기억하고, 한반도 평화에 더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일부만 공개된 상태로 오는 25일 ‘6·25전쟁 70주년’에 맞춰 전체 오픈할 예정이다.

사이트에서는 직접 발로 뛰며 찾아간 세계 180곳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30곳의 전적비와 기념비도 포함돼 있다. 또 400여 개의 동영상에는 참전용사들과의 만남과 인터뷰가 담겨 있다. “제가 한국인들과 동포들을 대신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러 왔다고 하면 할아버지들께서 다들 우셨어요. 그동안 가족들에게도 잘 말하지 못했던 6·25전쟁과 그때 기억들을 얘기하시며 오히려 저에게 찾아와줘 고맙다고 하셨죠.” 그들은 태극기와 당시 사진, 기념품들을 고이 간직하며 우리를 잊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한국이 두 번째 조국으로 언제나 가슴 안에 있고, 이렇게 발전하고 잘살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셨어요. 한국인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자원해 갈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이제 80∼90대가 된 그들의 바람은 생전에 한반도가 하나 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몰용사들을 검색해 찾을 수 있도록 부산에 있는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에 새겨진 4만896명의 이름을 옮겨 놓았다. “몇 명이라는 숫자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봤을 때 마음에 더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공을 많이 들인 사이트는 영어로만 돼 있어 아쉬움이 있다. 그는 “한국어 서비스도 만들 계획”이라며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김 씨는 아버지가 목사인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미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조지 워싱턴대에서 의회 관계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교관을 꿈꾸던 그는 2006년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부터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 사고 이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사했는데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눈물이 났다”며 잊힌 전쟁을 기억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씨는 2008년 한인 청년들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리멤버 727’을 만들고 매년 링컨기념관 앞에서 촛불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9년에는 정전협정일을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지정하는 법안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과 인연이 돼 7년간 그의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는 뉴욕의 한 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요? 통일이 아직 되지 않아서 못하고 있어요.(웃음) 젊은 세대들이 6·25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비극을 잘 알지 못해 안타까워요. 지금의 자유와 풍요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참전용사와 이산가족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나간다면, 그런 마음들이 모여 평화와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mail 김지은 기자 / 인물·조사팀 / 차장 김지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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