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겉으론 조용한 대학원생인데…길 가는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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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초반 대학원생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화가 많습니다. 학교생활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분을 못 이겨 혼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길 가는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고, 술에 취하면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제가 괴물 같습니다.

A.과거의 상처가 분노 불러… 도망치지 말고 마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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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의 분노를 참아온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유 없는 분노’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세상에 이유 없는 분노란 없습니다. 물론 지금의 분노는 상황에 맞지 않고 그 이유 역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분노는 지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에 생겨나서 마음 깊은 곳에 응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분노 수준이 미움이나 화를 넘어 적개심의 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개심이라는 감정은 상대를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여기고 파괴하려는 강한 충동의 감정을 말합니다. 이는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꼈을 때 반사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흔히 누군가에게 힘으로 짓밟혔을 때 적개심의 감정이 생겨납니다. 대표적으로 아동기에 학대를 당했거나 학교폭력 피해자인 경우에 이런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어릴 때는 이 감정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마음 밑바닥에 꾹꾹 눌러놓게 되는데 성인이 된 후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미해결된 적개심은 두 가지 방향으로 드러납니다. 하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거나 두 번째는 엉뚱한 상대에게 전가되는 것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의 경우처럼 불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적 충동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와 함께 이제는 이 억압된 상처를 돌볼 시기가 됐음을 말해줍니다.

도대체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누군가에게 힘으로 짓밟힌 수치스러운 일이 있었을까요? 과거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과거의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해묵은 상처와 대면하고 이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는 말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고 혼자서 풀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조언 대신 심리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유 드립니다. 상처로부터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상처를 마주하는 것은 삶을 더욱 성장하게 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넘어 꼭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