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피아노로 詩 쓰듯… 낭만적 감성 표현한 ‘19세기의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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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15세되기전 실내악·오페라 작곡
추상적 멜로디로 상상력 유발
텍스트 있는 가곡에 대한 도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생소하거나 난해한 곡을 만나면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때론 질려버리기도 한다. 낯선 음악과의 만남은 어떤 면에서 여성과의 첫 대면에도 비유할 수 있겠다. 나를 한순간에 압도하며 도취하게 하는 팜파탈적인 음악도 있다. 하지만 자꾸 마주하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도도하며 고상한 매력을 가진 음악도 있다. 이런 음악을 찾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나와의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음악과 나와의 접점,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어느 때는 작곡가의 마음으로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연결해야만 했을까’라며 상상력으로 유추해본다. 연주회장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어울릴만한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표현주의 화가가 되는 것이다.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드워드 T 콘은 음악 감상에 대해 “곡과 연주자, 청중의 일체감은 정당한 연주와 지적인 청취에서 나오는 근거가 확실한 구체적 태도”라고 했다. “음악의 속도와 흐름에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맞춰 음악의 활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는 글도 남겼다. 위에서 언급한 적극적 감상법은 음악 감상에 보다 깊은 풍미를 더 해 주리라 확신한다. 저런 구체적인 태도는 ‘좋았어’ 혹은 ‘별로였어’라는 단순한 감상만을 남기지 않는다. 감상을 통해 영감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질문을 통해 도전할 수도 있으며, 낯선 것을 받아들이며 나의 이성과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음악 감상에 있어 이러한 지성주의적 태도를 적극 권하고 싶다.

멘델스존은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다. 그 시대 음악의 특징은 추상적이거나 구조적인 음악이 아니라 개인적 감상의 표출에 가까웠다. 슈베르트나 슈만 같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에 의해 시(텍스트, 내용)와 곡이 결합된 형태의 음악이 사랑받았다. 그러나 멘델스존은 피아노만으로도 낭만적 감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겼던 작곡가다. 텍스트가 있는 성악곡인 가곡뿐 아니라 피아노곡으로도 시를 쓰듯 낭만적 감성을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멘델스존이 피아노곡만으로 마치 시가 있는 가곡처럼 만든 곡이 바로 ‘무언가’다. 매우 짧은 가곡 정도의 길이로 만든 이 곡은 멘델스존의 의도대로 일반적인 피아노곡을 듣는 느낌이 아니라 가곡을 듣듯 내가 노래를 들으며 감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곡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선율을 따라가게 되고 이 멜로디가 얘기하는 스토리를 따라잡으려 무던히 상상하게 된다. 지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음악 감상 행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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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기 내면의 새로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면 이는 음악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사고의 깊이와 삶의 태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미지의 어떤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행위는 우리의 삶에 절실히 필요한 사유의 태도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 오늘의 추천곡 ]
멘델스존의 무언가 작품 62

멘델스존은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 미남이자 전 세대를 통틀어 최고의 ‘금수저’이며 ‘엄친아’였다. 그의 이름(felix·행운아)답게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작곡가이다.

은행 가문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15세가 되기 이전에 이미 여러 실내악곡, 협주곡에 4편의 오페라를 작곡하는 천재성까지 발휘하면서 ‘19세기의 모차르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무언가’는 ‘가사 없는 노래’, 피아노가 부르는 노래이다. 시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초월하는 것들이 음악(사운드)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추상적 멜로디를 풍부한 시상으로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