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자유도 증가 법칙’ 역행하는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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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올챙이 잊은 개구리 現象 심각
野 땐 협치 주장하던 與의 독주
성장 주역을 양극화 원인 매도

엔트로피 증가는 자연의 섭리
민주화 세력이 전체주의 색채
경쟁력·창의력 억누르기 자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며 정치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운 이때 떠오르는 격언이 바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이다. 사례가 무수히 많지만 몇 가지만 꼽아 본다.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980년 1704달러에서 2019년 3만2115달러로 늘었지만, 우리 사회는 소득이 적다고 한다. 해외 출장 때 체감하는 우리의 소비 수준은 전 세계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100%가 넘는 주택 보급률과 2.234명당 1대인 자동차 보급률, 국민 2명 중 1명이 해외여행을 한 기록을 보면 우리 삶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 평균 기대수명은 1980년 66세에서 2019년 83세로 늘어났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한 전 국민건강보험 제도로 병원 문턱이 낮아진 지금도 건강복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정치권력은 보수와 진보 간에 3번이나 뒤바뀌었지만 아직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하는 협치(協治) 민주주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입지가 바뀌었지만, 독선적인 국회 운영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지금의 여당이 소수 야당일 때 주장해 만든 협치 장치들을 무시하고 일방 독주하는 사실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현재 전체 실업률은 4%대인데 청년실업자 수는 120만 명인 반면 국내 중소기업은 67%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요자·공급자 간 눈높이가 달라서 나타난 현상이다. 생산직 일자리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이는 산업 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진다.

앞서 열거한 국민소득도, 건강·복지도, 정권 교체도, 일자리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출의 역군인 기업인들과 기술 전문 인력들의 밤잠 없는 노력의 결과인데, 우리 사회는 그들의 공(功)은 외면하고 오히려 소득 양극화의 원인으로 몰아간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제사회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여야 없이 정치인들은 선거의 표(票)를 의식해 좌편향되고, 노조의 영향력은 더 커지며,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는 늘고 있다. 미래 산업 인력을 양성해야 할 교육은 쉬운 수능과 변별력 최소화로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가 예상된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영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제조업 기반인 우리 경제는 더 큰 위기를 맞아 대량 실업 문제가 예상된다.

그런데 여당은 막대한 노동복지 예산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국정 기조 아래 각종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이는 법인세 인상과 상위계층 소득세 증세로 이어져 기업 경영 환경과 소비자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개인과 법인의 경제 활동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이 시행되기도 했지만,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위한 방편이었지 헌법에 보장된 자유주의 경제 기조를 벗어난 적은 없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에 주장한 작은 정부론과 사상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투쟁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과거 군부정권의 시도를 막는 데 일조했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서 싸우던 그때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일반 시민의 믿음이 진보운동권 세력 중심의 거대 집권 여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행정·입법·사법·방송언론을 장악하다시피 한 현 정권이 전체주의적 색채를 노골화하고 본인들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나라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자연의 법칙 중에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우주의 모든 현상(現象)은 본질적으로 보다 더 자유도가 보장되는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이다. 인류사회의 발전 과정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자유가 커짐에 따라 그 사회가 보유하는 자유도를 의미하는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창의적인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쟁력이 극대화되고 미래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전체주의화는 이에 역행하는 과정이다. 점점 전체주의화로 진화하는 현 체계에서 미래 경쟁력이 생길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의 엔트로피가 극대화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