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7.7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19일(金)
채사장 “정답 강요 공교육 거부했던 나…‘죄와 벌’ 읽고 대학진학”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저자 채사장

수업중 잠만 자 꼴찌에서 10등
책 읽고 인생 바꿀 의지가 생겨

문학이 전공인데 철학에 몰두
외모는 좀 부담스럽던 ‘진지충’

팟캐스트 시절 자본주의 담당
부르주아 떠올리다 假名 지어

완결판의 주제는 ‘세상의 신비’
인생의 임무를 수행한 것 같아

거슬림 없이 쉽게 쓰려고 애써
死後에 더 평가 받을거라 확신

책 쓰고나니 세계가 선명해져
무거운 삶은 내려놓고 놀 생각


채사장(본명 채성호·39)을 만났다. 채 씨 성을 가진 어느 회사 사장님이 아니라,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웨일북·이하 지대넓얕) 시리즈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그리고 200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지식 가게 주인’이라는 작위를 받은 바로 그 채사장이다. 2014년 출간된 첫 책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채 작가는, 연이어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등을 펴내며 ‘대중 인문서’ 붐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건 국내 책 구매자의 70% 이상이 30·40대 여성인데, 채사장의 책은 압도적으로 40·50대 남성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대중 인문서 붐을 넘어, ‘지대넓얕’ 신드롬이다. 독서와 거리가 먼 한국 남성들의 손에 책을 들게 한 채 작가는 올해 초 지대넓얕 세 번째 시리즈이자 완결편인 0권을 5년 만에 출간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웨일북에서 만난 채 작가로부터 책이 3이 아니라 0(제로)가 된 이유, 평범한 30대 남성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 지독한 책벌레였던 그가 추천하는 인생의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지식을 넘어 지혜의 경지에서 누리고 있다는 ‘마음의 안정’의 근원을 들어보고 싶었다.

―지대넓얕 세 번째 책이 전작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꽤 시간이 걸린 느낌이다.

“1, 2권에 이어 바로 쓰기엔 준비가 덜 돼 있었다. 꼭 한번은 쓰고 싶었고,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거창하게 말하면 과학과 역사, 철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유’에 대한 것인데, 쉽게 말하면 ‘세상의 신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책을 쓰기 위해, 앞선 책들이 존재했고, 또 이 책이 있어야 앞선 책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목적이면서 또한 선(先)지식인 셈이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

“‘지대넓얕’ 1, 2권이 자아와 세계를 구분하는 이원론 구조에서 고대 이후의 역사, 경제, 정치, 철학, 과학 등을 소개했다면, 이번 ‘지대넓얕’ 0권은 고대 이전의 세계를 ‘일원론’을 통해 이야기한다. 세 번째 책인데 0(제로) 라고 이름 붙인 배경이다. 인간의 사유 구조라는 것은 피상적인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나면 근본적으로 두 개만 남는다. ‘외부세계와 나’라는 것. 이 두 개가 분리돼 있지 않고 하나라는 ‘일원론’적 사유 구조가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는 걸 서술했다. 책을 쓰며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여러 질문도 해소됐다. 인생의 임무를 수행한 것 같은 기분이다. 세상은 신비롭고, 마음엔 안정이 찾아왔다.”

―‘득도’한 사람처럼 보인다. 해탈의 경지 같기도 하고. 혹시 종교가 있나.

“무교다. 해탈, 깨달음이란 용어를 쓰기엔, 정말로 그런 경지에 있는 고귀한 분들께 누가 될 거 같다. 그저 지혜를 조금 아는 정도다. 지혜라는 단계는, 필수적으로 지식을 ‘밟고’ 올라갈 수 있다. 사람들이 그저 ‘어려운 내용 쉽게 잘 썼네’ 정도로 읽고 지나가도 좋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면, 많은 분이 그 지식을 밟고, ‘지혜’로 넘어가 준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지대넓얕’은 제목부터 ‘쉽다’는 걸 강조한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대중 인문서’라고도 불린다. 지혜로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조금 의문이 생기는데….

“스스로 대중작가라고 생각하고, 늘 ‘중학생부터 여든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아직 ‘어린 작가’라는 걸 알지만, 내 책은 내 사후에 더 잘 평가받을 거라고 확신한다. 최근엔 90세 독자의 아들이 메일을 주셨다. 그 독자분은 내 책을 색연필까지 쳐가며 읽으셨고, 올해 총선에서 생애 처음으로 다른 정당을 찍으셨다고 한다. 책을 읽고 변화가 있다는 건, 책 안으로 제대로 들어갔다는 의미인데, 그러기 위해선 독자의 준비된 마음, ‘선 체험’도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선(先)’인 것 같다.

“소위 ‘인문학’에 입문할 때 첫걸음을 떼는 게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책 읽는 준비로서의 ‘선체험’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녀봤다든가, 평소 인문학이나 교양에 좀 관심이 있었다든가, 취미로 미술 작품 보는 걸 즐겼다든가 하는 그런 것들이다.”

―문득, 채사장의 ‘선체험’이 궁금하다.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열한 계단’이라는 책에 자세히 썼는데…, 요약하자면, 고등학교 때 공부도 노는 것도 다 못했다. 대학 때는 문학 전공(성균관대 국문과)인데 철학을 팠다. 학원 강사, 주식·부동산 투자를 해봤고 회사 다닐 땐 교통사고도 크게 났다.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던진 질문들, 읽었던 책, 군 생활에서도 축적된 경험과 사유가 있다. 일하며 바빠져 책과 멀어졌고,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할 정도로 불안정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내가 아는 세계에 대해 글을 쓰며 안정을 되찾았다.”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제도권 대학의 교육을 잘 마치고 졸업하지 않았나.

“공교육의 혜택은 못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자의적으로 거부한 측면이 있다. 수업 시간 내내 자고, 혼나도 신경 쓰지 않아서, 선생님 속을 ‘터지게’하는 타입이었다. 한마디로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간신히 붙들고 있었다. 290명 중 280등을 할 정도로 성적은 나빴고. 재수해서 대학을 간 건, 고2 겨울방학에 만난 ‘죄와 벌’ 때문이다. 세계에 균열이 일어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존재임을, 이를 위해 의지와 실천이 따라야 함을.”

―‘죄와 벌’을 읽고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가. 대학생활도 궁금해진다.

“수업을 제외한 모든 것이 좋았다. 스스로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라고 여기며 기독교, 니체, 불교에 빠져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외모도 좀 부담스러운 신입생이었던 것도 같다. 트레이닝복에 검은색 구두,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이 빈곤하기 때문’이라 믿었다. 사실 이런 ‘부담스러운 이상주의자’들이 종종 있다. 우월감, 선민의식, 결벽증 적인 강박에 시달리는 유형인데, 사실 이건 나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다. 물론 인간이라면 이러한 시기를 누구나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고교 때도, 대학 시절에도 수업이 싫었다고 하니, 현행 교육 제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겠다.

“객관식 시험 문제와 이를 위한 수업 방식 자체에 문제가 많지 않나. 학생들에게 ‘정답이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거니까. 그렇게 어른이 되니까 맞고 틀리고에 집착하게 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절충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결국 나는 이 ‘객관식 수업’을 거부한 거다. 줄 세우기 혹은 세상이 정답처럼 여기는 삶의 루트를 따라갈 마음이 없었던 거다.”

―세계와 자아에 대한 고민의 끝에서 책을 썼고,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사람들은 채사장을 ‘지식 가게 주인’이라고 부른다. 이제 정체성을 찾았나.

“솔직히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크게 없다. 당분간 새 책을 낼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사실 지금은 ‘노는 사람’인데, 하하. 손발이 좀 오그라드는 이야기를 하자면, 그냥 우리는 다 ‘여행자’ 아닌가. 인간의 본질적인 정체성은 그것뿐이다. 사회가 너무 정체성을 억지로 부여한다. 넌 학생, 넌 노동자… 이런 식으로.”

―책과 팟캐스트를 보면, 말하기와 쓰기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지대넓얕’이 사랑받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잘 팔리는 물건이라고 하면, 어떤 특정 부분에 있어서 굉장한 매력이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거슬리는 것’이 한 개도 없어야 하는 게 중요한 조건이다. 글도 말도 그렇다. 내용도, 형식도, 문장도 전부 ‘거슬리는 요소’를 덜어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하지 않고, 쓰지 않아도 되는 정보는 빼내는 것. 그걸 하지 못하면, 독자가 지친다. 이를 위해 책을 낼 때마다 평균 8번 정도는 수정을 거치는 것 같다.”

―요즘 읽는 책, 관심 분야는 뭔가.

“특별히 관심 가는 분야는 없고, 그저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쓰며 나름의 답을 얻었고, 내면의 질문이 사라지니 세계가 선명하게 보인다. 좀 놀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들도 만나고, 유튜브도 하고… 그동안 삶이 너무 무거웠다. 완전 ‘진지충’이었는데 이제 좀 가볍게 지내려 한다.”

―본명(채성호) 대신 채사장이란 가명을 쓴다. 돈 많은 ‘사장님’이 떠오른다.

“지금은 독자들이 ‘지식 가게 주인’의 의미로 ‘사장’이라고 하는데, 웃기려고 만든 거다. 팟캐스트 초기에 4명의 패널이 있었는데 그중에 내가 자본주의 영역을 담당했고, 자본주의 하면 부르주아, 부르주아 하면 사장!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거다. 강연을 다녀도 오해가 많았다. 주최 측에서 나이 지긋한 중년의 사장님이 오시는 줄 알았다고….”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음…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써 달라, 하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중학교 2학년쯤 되면 누구나 한번씩 하는 것 아닌가. 지대넓얕은 자기 존재에게 던져진 질문들에 대한 사유일 뿐이다. 그것은 읽는 이 각자의 것이고, 그가 딛고 있는 세계, 그 세계를 보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mail 박동미 기자 / 문화부  박동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지식의 한 계단 오르고 싶다고요? 불편한 책을 읽으세요”
[ 많이 본 기사 ]
▶ 대검 “추미애, 尹수사지휘권 박탈은 위법”
▶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끊어
▶ 손예진, 할리우드 진출한다…이선균 합류도 관심
▶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했다”
▶ 국내 코로나19, ‘전파력 6배’ GH그룹…“유럽-미국서 유입..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
‘검찰 장악’은 독재 완성의 길목
topnew_title
topnews_photo ‘검사장 회의’ 결론 총장 보고 “특임검사 등 중립수사 필요 총장 사퇴해야할 사안 아냐” 尹, 법무에 재지휘 요청할듯 법무부-檢 정면충..
ㄴ 대검 “검사장들은 특임검사 건의했다”…윤석열에 보고
ㄴ 尹 ‘위법지휘 수용불가’ 판단… 秋 ‘거부땐 尹징계절차’ 밟을듯
국내 코로나19, ‘전파력 6배’ GH그룹…“유럽-미국..
‘특임검사 필요’ 검사장 의견 공개한 윤석열…최종..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단 식으로 말..
line
special news 손예진, 할리우드 진출한다…이선균 합류도 관심
앤드루 니콜 신작 ‘크로스’ 세부 논의 중배우 손예진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소속사 엠에스팀엔터테인먼..

line
유명 야구인 아들 수억대 사기행각…피해자 목숨 ..
美송환 피한 손정우 1년2개월만에 석방…추가 처벌..
이해찬 “靑·政이 정책 결정뒤 요청하는 黨政협의 받..
photo_news
‘시네마천국’ ‘황야의 무법자’ 영화음악 거장 모..
photo_news
‘물리학자’에서 ‘헐크’로 변신한 디섐보, PGA ..
line
[전지적 문화 시점]
illust
‘블랙핑크 스타일’ 글로벌 名品이 되다
[자동차]
illust
잘 빠진 N라인 꿈꾼다… 현대車의 ‘고성능’ 승부수
topnew_title
number “중학생 5명이 집단 폭행” 초등생 신고…경..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사 학..
중국 네이멍구서 흑사병 환자 발생…조기경..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나”… 빗발치는 문의
hot_photo
양키스 다나카, 스탠턴 강습 타구..
hot_photo
우혜림·신민철 웨딩마치…“예쁘게..
hot_photo
다저스 프라이스, 142억원 포기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