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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19일(金)
‘가버린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노래는 오늘도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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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 ‘누가 울어’

음악동네의 기억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처럼 어디선가 노래가 들리면 ‘그때 그 사람’이 기억의 우산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식이다. 빗방울은 반가울 때도 있지만 성가실 때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우산이 방패로 변신한다. 오죽하면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윤시내, 1983)라고 ‘DJ에게’ 당부까지 했을까. 찬찬히 들어보니 이유는 대략 3가지다. ‘잊었던 그 사람 생각나요’ ‘잊었던 그 거리가 생각나요’ ‘마지막 그 순간이 생각나요’ 하지만 그 사람, 그 거리, 그 순간조차도 결국은 지금 나의 일부다.

기억이 세금이라면 망각은 세월이 주는 재난지원금이다. ‘참 옛말이란 틀린 게 없더군/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지더군’(카니발 ‘그땐 그랬지’ 중). 청춘은 주섬주섬 과거를 뒤적이며 혼잣말을 한다.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 거다/ 그땐 그랬지’ 하지만 세상이 무너져도 묻히지 않는 노래들이 있다.

수요일 ‘아침마당’(KBS 1TV)에선 무명가수들이 노래에 앞서 구구절절 하소연을 한다. “아침부터 무슨 궁상이야?”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간절한 사연과 처절한 노래를 듣다 보니 나도 몰래 감사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곤 한다. ‘저러고도 사는데 이 정도쯤이야.’ 어렵사리 음반을 내고도 마땅히 설 무대가 없는 신인들에게 노래할 기회를 준다는데 나무랄 일이 무엇이랴. 한 발짝 다가서 보면 그들은 하는 일이 없어 나온 게 아니라 되는 일이 없어 나온 것뿐이다. 히어로 임영웅도, 막걸리 영탁도 여길 거쳐 갔다니 ‘도전 꿈의 무대’라는 간판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이번 주(6월 17일)에는 ‘노래야 고마워’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온 29세 청년(정성인)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지적장애 3급, 뇌병변 5급에 언어장애가 있다. 이야기를 옆에서 대신해주는 아버지의 표정은 밝았다. 주민센터 노래교실에서 트로트를 배우며 언어 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단다. “열심히 노래 부르더니 음정, 박자가 정확해졌어요. 청소년거리문화축제에서 우수상도 받았죠. 지금은 음반도 내고, 장애인 인식교육개선파트너로 일하는 중입니다.” 드디어 노래를 부를 차례다. 조마조마했다. 혹시 박자를 놓치지 않을까. 음정이 이탈하지 않을까. 결과는 놀랍게도 2주 연속 우승이었다. 호명될 때 청년은 지난주와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는 행동이었다. 아나운서가 물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는 거죠?” 그가 고개를 끄덕일 때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노래야 고마워’.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청년이 부른 노래는 요절가수 배호(1942∼1971)가 부른 ‘비 내리는 경부선’이었다. 무려 50년 전 노래다. ‘떠난 임의 눈물인가/ 고속도로 천리길에 비가 내린다.’ 가족과 함께 걸어온 눈물의 천리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는 희망도 동행했다.

하동프린스 정동원(2007년생)도 배호의 노래를 경연에서 두 번이나 불렀다. ‘미스터트롯’(TV조선) 결승(3월 13일)에서 인생곡 미션으로 부른 ‘누가 울어’는 최고의 1분(시청률 33.2%)을 기록했다.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KBS 2TV, 5월 30일)에서 ‘감사의 달 특집’으로 마련한 ‘송해 가요제’에서도 같은 노래를 불러서 MVP를 수상했다. 함께 출연한 임영웅은 “저희 모두 무명시절 때 송해 선생님 덕분에 용기를 얻고 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소망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음악동네에서도 적자생존이 통할까. 가수에게도 운명이 있듯이 노래에도 수명이 있다.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배호 ‘누가 울어’ 중). 노래는 오늘도 살아서 움직인다.

많이 팔린 노래가 오래 불리는 노래를 이기진 못한다. 노래는 불러야 노래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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