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사상 초유 ‘제1野 원내대표 실종’ 닷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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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도발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 ‘실종 사태’가 19일로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못 지켜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못 막은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지난 15일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칩거 중이다.

주 원내대표는 ‘176대 103’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중요한 시기에 제1야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풍부하고 치밀한 대여 협상 전략과 노하우’를 강조한 주 원내대표를 의원들이 지지한 것은 당이 최악의 상황에 처한 만큼 그의 경륜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사법위와 법제위로 나누자는 나름의 아이디어도 내놓았지만, 당론으로 이어지지 않아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못했다.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를 수차례 열었으나, 의원들은 “결의를 다지는 것 말고 하는 게 뭐냐”고 의문을 표했다. ‘물러나겠다’는 말도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주 원내대표가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은 것을 두고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의 각오를 다진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1차 책임은 거여(巨與)인 민주당의 ‘폭주’에 있다고는 해도 주 원내대표의 지금 모습도 책임 있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모습은 아니다. 물러나는 것은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일단 당 내부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유임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내세워 여당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국회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경륜은 소중한 자산이다. 어렵더라도 새 길을 만들어내는 게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이후민 정치부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