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에 순수 한국 기술로 짓는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나칼레대교’ 주탑이 6월 중순 위용을 드러냈다. 차나칼레대교는 사업비만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터키 차나칼레 대교’
순수 국내기술로 다리 3.6㎞ · 연결도로 85㎞ 건설
주탑간 거리 2023m 케이블로 잇는 최고난도 사업
총사업비만 3조5000억원…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
글로벌 업체와 입찰경쟁… 日과 막판까지 접전벌여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에게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 현수교(懸垂橋·교각과 교각 사이에 철선(케이블)을 연결해 상판을 매단 다리)의 주탑이 6월 중순 드디어 위용을 드러냈다. 터키에서 ‘건설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건설하는 ‘차나칼레대교’이다. 순수 한국 기술로 건설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만큼 터키는 물론 유럽 각국의 건설, 교량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3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세계 5위 규모의 이순신대교(전남 여수∼광양을 잇는 현수교, 총연장 2260m)를 건설한 대림산업컨소시엄(대림산업, SK건설, 터키 현지 업체 2곳)은 차나칼레대교 건설을 위해 ‘이순신팀’을 구성, 완벽한 시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터키 국영 도로공사에서 발주한 차나칼레대교는 총 사업비만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다리로 2021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건설과 운영 기간을 포함하면 16년 2개월이다.
차나칼레대교는 총 3.6㎞ 길이의 다리 구간과 85㎞ 길이의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현수교의 주탑과 주탑 사이는 거리가 2023m이다. 준공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이어서 해상 특수교량 분야 가운데 시공 및 설계 기술 난도가 가장 높다.
차나칼레대교는 터키 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23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탑 사이의 거리를 2023m로 설계했다. 주탑 간 사이가 길어질수록 주탑의 높이도 높아지는 만큼 차나칼레대교의 주탑은 높이 334m 철골 구조물이다. 현재 세계 최고 높이의 철골 주탑인 프랑스의 에펠탑(320m), 일본의 도쿄타워(333m)보다 높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5월 차나칼레대교의 주탑을 지지하는 기초인 케이슨(Caisson·교량 공사 시 활용하기 위해 제작한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을 다르다넬스 해협에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이 케이슨은 속이 빈 사각형 격자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두 개의 원통형 철강재가 올라간 형태다. 현장 인근에 있는 육상에서 약 15개월 동안 총 2개의 케이슨을 제작, 하루 최대 1300여 명의 인력과 레미콘 트럭 9000대 이상 분량의 콘크리트를 투입해 설치했다. 개당 무게가 6만t에 이른다. 높이가 47m로 콘크리트 구조물만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맞먹는 크기다.
케이슨 작업의 핵심은 설계상 정확한 위치의 해저 면에 안착하는 것이었는데 대림산업은 4개의 예인선이 케이슨을 끌고 해상으로 이동한 후 약 72시간에 걸쳐 해수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고난도 공사를 수행했다. 대림은 케이슨 내부 빈 공간에 물을 채워 침하시키기 위해서 선박의 균형과 평형을 맞추는 데 사용되는 밸러스트 장치도 도입했다. GPS 및 경사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위치 측정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설계상 시공 오차 기준인 ±200㎜ 범위를 뛰어넘어 ±20㎜ 범위 내의 획기적인 정밀도로 성공 시공해 터키 기술진을 놀라게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14일 주탑 꼭대기에 현수교의 케이블을 지지하는 장비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차나칼레대교 주탑은 속이 빈 사각형 상자 모양의 블록을 마치 레고블록을 쌓아 올리듯이 설치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강철판으로 현장에서 제작했다. 블록의 무게는 195t부터 850t까지 다양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주탑의 두께가 얇아진다. 이에 따라 주탑 기초 바로 위에 설치된 맨 아래쪽 블록의 폭은 11m, 가장 높은 곳의 폭은 8m다. 주탑 1개당 64개의 블록으로 구성됐으며 무게는 약 1만8000t에 이른다.
이처럼 고난도 공사인 주탑 건설을 완료한 대림산업은 6월 말부터 현수교 시공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인 주탑과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차나칼레대교 프로젝트는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수많은 글로벌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쳤다. 특히 대림산업컨소시엄은 일본 업체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3년과 2015년 터키를 잇달아 방문해 영업 활동에 나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펼쳤다. 그럼에도 대림산업컨소시엄이 이번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 국내 건설사 중 해외 디벨로퍼 사업 최대 실적을 보유한 사업역량,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수출금융기관들의 협업과 전폭적인 지원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수주에 성공했다. 실제 대림산업의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순신대교를 국내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데 이어 고군산대교, 새천년대교 등 다양한 현수교를 성공적으로 시공한 대림산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차나칼레대교 프로젝트는 설계·조달·시공, 완공 후 운영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공사 완료 후 장기간에 걸쳐서 공사비와 수익을 회수하는 사업 모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순신대교를 세계 6번째로 설계에서부터 자재 조달·시공 등 모든 분야를 순수 국내 기술로 완공해 해외 특수교량 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차나칼레대교는 한국 건설회사들이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선진 건설 사업 분야인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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