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軍지침’ 철회아닌 보류… ‘판 흔들었다’ 판단속 수위조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北軍 초소 23일 인천 강화군 평화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돌연 보류’ 배경은

계획된 시나리오란 분석부터
경제위기속 내부 결속 도모
中 영향력 행사까지 해석 분분

안보전문가 “北 도발국면서
文정부 저자세 일관” 비판도

지난 23일까지 강도 높은 대남 도발을 예고했던 북한이 하루 만인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전격적으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것을 놓고, 내부 결속 목적 달성과 남북 긴장 관계의 수위 조절, 중국의 영향력 행사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를 시작으로 긴장을 끌어 올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리하는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북한이 일단 군사행동 보류 결정을 내렸지만, 김 위원장은 총참모부의 기존 보고를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대응과 내부 상황에 따라 기존에 계획했던 군사지침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6월에 대남공세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외부적으로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과 흔들기, 두 가지 모두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군사적 도발 국면에서 연일 주민들을 모아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내부적으로 경제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외부의 적으로 상정해 내부 결속을 꾀했을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북한의 경제난 해소를 위해 식량 제공을 조건으로 긴장 완화를 요구했을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를 위해 남한 측이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군사행동 보류 움직임은 한국 정부의 확성기 설치 움직임과 최근 미 해군 항모타격단 전개 등 직후 결정됐다. 한국이 확성기를 설치할 경우 북한 입장에선 내부 결속을 위해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과 군사적 마찰 또한 불가피하다. 상황을 장기적으로 끌 경우 심리전과 화력전 모두 북한에 불리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본인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북한은 한국의 포병 화력을 우려해 군사적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 또한 “북한이 대남 강경 속도를 계속 가지고 간다면 그만큼 퇴로의 여지가 좁아지는 것으로, 조금 속도를 늦추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화상회의로 진행했다고 밝히면서도 사진 등 공개 자료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건강 이상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상태가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도 암시된다”며 “북한이 중국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행동을 보류했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 속에 정부가 저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남측이 북측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만큼 향후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크다.

신 센터장은 “북한으로서는 자기들의 압박이 먹힌다고 판단하게 됐고 향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제재 완화 등으로 압박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한국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게 현재 남북관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철순·김영주·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