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큰 산 같던 외할아버지… 어릴 땐 무서웠는데 지금은 너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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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교육감賞 김현빈

버럭 고함쟁이 외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이렇게 할아버지라고 불러 보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눈물이 핑 돌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어요. 그러다 할아버지가 ‘현빈이 니 또 우나?’하고 버럭 고함을 치실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어요. 어릴 때는 할아버지가 너무 무섭고 싫어서 엄마에게 할아버지 댁에 가기 싫다고 떼쓰고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할아버지 모르셨죠? 그땐 너무 어려서 할아버지 마음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언니와 저에게 버럭버럭 고함을 잘 치시면서도 어디든 데리고 다니려고 하셔서, 밭이고 산이고 위험한 곳을 자꾸 데리고 다닌다고 할머니와 많이 다투셨잖아요. 그때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나와요.

그리고 감사드려요. 할아버지는 언니와 저의 첫 번째 선생님이자 친구였어요. 할아버지 덕분에 자연이 얼마나 재밌는 놀이터인지 알게 됐거든요. 나뭇잎 물레방아, 나뭇가지 그네, 가재 잡기, 열매 따기 등 그때 할아버지와 했던, 다른 친구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할아버지식 자연 놀이터는 지금까지 제가 놀아 본 놀이공원 중 가장 재밌고 즐거운 놀이터였어요.

어린 시절 추억 속에는 할아버지가 늘 계세요. 할아버지가 없는 저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제 곁에는 할아버지가 안 계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빠보다도 더 크고, 더 건강하고 세상에서 젤로 힘도 세니까 우리 곁에 늘 함께 계실 줄 알았어요.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없이 병실에서 홀로 돌아가실 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할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할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서 할아버지가 언니와 저에게 운다고 버럭 고함을 치셨을 때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만큼 우리에게 할아버지는 큰 산 같은 존재였거든요.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라는 말처럼 돌아가시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할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거든요. 우리 모두 할아버지는 암 같은 건 거뜬히 이기고, 다시 밭농사를 지으며 흑염소를 키우고, 사진도 열심히 찍으실 거라 생각했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동안은 여기저기 할아버지가 계신 것 같았어요. 아빠는 마트에서 할아버지가 즐겨 입으시던 조끼와 비슷한 옷을 입은 어떤 할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따라가셨고, 엄마는 매일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신다고 눈물 흘리셨어요. 저는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나 물건만 보면 눈물이 나서 친구들이 저를 달래느라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시낭송 대회가 있었는데, 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시를 지었어요. 시를 지으며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많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할아버지, 언니와 저는 언제까지나 할아버지를 추억하면서 살아갈 거예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겁보울보 외손녀 현빈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