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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5일(木)
트럼프, 동유럽서도 ‘체리피킹’ 외교… 푸틴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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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한 건물 벽에 ‘코소보는 세르비아다’라는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에 낙서가 돼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AP 뉴시스

대선 앞두고 조급해지는 美외교

성과내려 코소보 지원중단 압박
세르비아와 美서 정상회동 추진

나토 제치고 폴란드와 독자외교
셰일가스 수출하려 병력 재배치
전통적인 유럽 우방국 불만 쌓여

러시아 동유럽서 영향력 커지고
민족주의 확산에 분쟁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버려뒀던 동유럽 외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24일 워싱턴 DC에서 미·폴란드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7일 세르비아와 코소보 정상을 미국에 초청하는 등 동유럽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이다.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관여 외교에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꾀하는 것”이라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냉온탕’식 행보가 동유럽 지역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망치고, 더 나아가 러시아 등 경쟁국들의 위상만 높여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우크라이나 이어 코소보도 대선용 활용? = 오는 27일 백악관에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압둘라 호티 코소보 총리가 회동한다. 코소보 독립 문제로 오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정상을 모이게 해 평화협정 개시를 위한 회담 개최 결론을 내겠다는 의도다. 리처드 그리넬 미국 코소보 평화회담 특사는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하고 무역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올해 말 평화회담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당초 코소보는 하심 타치 대통령이 회동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코소보전쟁 특별재판소 검사실이 그를 전범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발표해 총리가 대신 참석하게 됐다.

지난 1999년 코소보 주민들의 분리독립 주장에 세르비아 정부가 무차별 학살 행위로 대응했고 이에 미국을 포함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공군 폭격을 앞세워 이 지역을 진정시켰다. 이후에도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의 지원을 받던 코소보는 2018년 세르비아산 제품에 무역장벽을 쌓으며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3일 취임한 호티 총리는 무역장벽을 걷고 세르비아와의 관계개선 의사를 밝혀 양측의 화해 가능성을 긍정하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7일 회담이 미국이 기존의 우방이었던 코소보를 억압하고 세르비아에 힘을 실어주면서 강제로 이끄는 대화라며 이에 비판적이다. 코소보가 협상장에 나온 것은 자의라기보단 그리넬 특사가 국가에 대한 지원금을 동결하고 코소보 내 미군 철수 등을 거론하며 협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현 트럼프 행정부는 코소보의 국제기구 가입을 막으려는 세르비아의 행동에 눈을 감고 부치치 대통령의 독재체제 강화 움직임에도 관대했다. 코소보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발칸 전문가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L 필립스는 “양측의 갈등에 대해 우리는 코소보의 편에 서 왔다”며 “그리넬 특사의 행동은 우리의 우방이 누구인지를 완전히 망각한 행동”이라며 혹평했다. 연구기관 코소보 안정성 이니셔티브의 브리케나 호샤 소장도 “그리넬 특사의 스타일은 협상이 아니라 괴롭힘”이라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을 빼 오던 발칸반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평화회담을 추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폴란드 병력 배치, 러시아와 유럽 동시에 자극 = 24일 워싱턴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외교도 유럽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주독 미군 감축을 공식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독일서 철수한 병력 일부를 폴란드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상회담에서 폴란드로의 병력 재배치 계획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 두다 정부는 내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끊고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맞추며 미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의 병력 재배치는 새 기지 신설 등 재정적·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폴란드 내 미군은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만큼 주독 미군보다 경계태세를 높여야 하고, 그만큼 정치적·재정적 부담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 국가들의 협력을 받던 나토의 의지와 무관한 병력 배치기 때문에, 유럽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나토의 결정권 없이 당장 셰일가스 수출이란 성과를 위해 유럽 동맹국들을 제치고 폴란드와 독자적 외교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벤 호지스 미군 예비역 중장은 군사전문매체 워 온더 록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동유럽 지역에서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필요한 것은 수적인 병력 증강보다 나토 동맹의 단합되고 일관된 목소리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동구권 외교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막대한 원조를 조건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종용한 것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7인은 지난 5월 27일 싱크탱크 ‘대서양 평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1996년 체결된 미국·우크라이나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지만,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국내 정치에 투입하려는 노력에 우리는 낙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들은 “이런 행동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약화하고 양국 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거짓과 독소적인 이야기를 키운다”고 말했다.

◇러시아·중국 등 동구권 영향력 확대 = 미국의 외교 노선이 혼선을 겪는 틈을 타 러시아는 동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치치 대통령과 만나 코소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세르비아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치치 대통령 외에도 푸틴 대통령은 24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행사에 같은 승전국인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보다는 구소련 국가 및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동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초청해 지역 내 결속을 다지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2차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뮌헨 조약을 통해 독일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소련 시절 ‘반히틀러 연합군’을 만들어 독일을 사전에 견제하려 했지만, 영국, 프랑스와 폴란드 등의 반대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동유럽 내 영향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민족주의가 쇠퇴하는 동유럽에서 다시 분쟁의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오는 7월 5일 총선을 앞둔 크로아티아에선 정파간 민족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 차별을 주장하는 민족주의 정당 도모빈스키 포크레트(조국 운동)가 지지율 10%로 약진하면서 유력한 연정 파트너가 될수 있어 차기 정부와 세르비아와의 갈등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온 치추 몰도바 총리는 최근 루마니아를 ‘유럽 최악의 부패 국가’라고 비난하면서 루마니아와 몰도바 간의 분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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