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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5일(木)
文정부 ‘행운 유효기간’ 끝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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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 前 공정거래위원장

與 압승은 코로나 블랙홀 덕분
장막 뒤 경제·안보 失政 재부상
성장률 추세와 예후 모두 심각

남북 관계도 성과 없는 이벤트
北核 놔둔 채 신기루 좇은 결과
복합불황 막고 안보 강화해야


지난 5월 10일로 집권 3주년을 넘긴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반사이익의 행운이 따랐던 게 아닌가 싶다. 지난 3년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그렇다. 하지만 180석이라는 전대미문의 여권 압승이라는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국정 운영을 했는지 선뜻 수긍이 안 된다.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성과가 아니었어도 과연 그런 선거 결과가 가능했을까? 코로나19가 마치 블랙홀처럼, 실정(失政)에 가까운 다른 중요한 국가적 이슈들을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점에서도 문 정부는 크나큰 행운을 누린 셈이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정치적 중간평가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여기서는 코로나19라는 장막에 가린 다른 이슈들, 특히 경제정책과 남북문제에 국한해 나름의 중간평가를 해 보려 한다. 먼저, 경제를 보자. 에둘러 갈 필요 없이 우리 경제의 거시적 건전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지표만 봐도 현실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문 정부 출범 후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6%로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 3.5%를 크게 밑돌았고, 심지어 2018년부터는 미국보다도 낮아지더니 올해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까지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추세와 예후 모두 좋지 않다.

고용 또한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단시간 일자리, 고령층 일자리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돈을 풀어 일시적으로 지표를 개선하는 데만 몰두할 뿐 미래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재정 건전성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로 인해 현 정부 들어 국가채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부의 일회성 현금지원 제도에 국민마저 중독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일반 가계경제 역시 채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거의 8000만 원에 달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니 가계의 소비 여력도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실 가계부채 문제는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동산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다. 지난 17일 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지난 3년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수치보다 2배 이상으로 높다는 경실련 분석을 보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기업들도 각종 규제 및 반기업 정서로 인해 투자나 혁신을 추구하기보다 현금을 쌓아두고 몸조심하기에 급급하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좋은 채무’라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이론들을 만들고 실험하기에 여념이 없다.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경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복합 불황의 길로 들어서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이제 남북문제를 생각해 보자. 집권 초기만 해도, 몇 번의 파격적인 정상회담과 고위급 상호 방문,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일련의 이벤트들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경협 등 많은 영역에서 조만간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성과물은 딱 거기까지였다. 가장 중요한 핵심 이슈인 북핵(北核)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급기야 대북 전단 살포 같은 사소한 문제를 빌미로 단 몇 주 만에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문 정부 출범 전의 긴장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로 내세웠던 알맹이 없는 브로맨스식 정상 간 신뢰 관계라는 게 신기루였는지도 모른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관계는 어차피 미·북 관계에 종속된 부차적인 문제란 점에서 이런 결과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문 정부의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중요한 교훈은, 역사적 평가는 항상 냉정하고 공정하다는 것이다. 저성장을 탈피하고 안보를 강화할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행운의 유효기간도 머지않아 끝날 가능성이 크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모든 경제 주체가 꿈꾸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진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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