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대응·탈원전 國調도 못 하면 국회 존재 이유 없다

삼권분립의 한 축(軸)으로서 국회의 권능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제20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대통령의 명을 받는’(헌법 제86조) 국무총리가 되고, 후반기 국회의장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개악에 앞장섬으로써 행정부 견제 의지도, 국가 통합 기능도 붕괴했다. 제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은 자신의 선출 뒤 불과 열흘 만에 야당 의원을 강제 배정해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 바람에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오욕의 기록도 세워졌다. 당적을 이탈한 정치 지도자의 품격이 아니라 여당 하수인 행태가 먼저 보인다. 최근 여당 단독 법사위의 일방적 행태는 앞으로의 국회 모습을 예고한다.

그래도 국회는 가동해야 한다. 총선에 참패한 뒤 여권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반발해 온 미래통합당이 국회에 복귀하더라도 ‘들러리’나 ‘구색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통합당은 그만큼 더 비상한 각오로 원내 활동과 대여 투쟁에 임해야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정치력은 의문이지만, 죽을 힘을 다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103석이면 결코 적은 의석이 아니다. 과거 독재 시절 야당은 더 적은 의석으로도 싸웠다.

이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상임위 가동 여부와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당장 중대 사안들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북한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대남 모욕과 핵 갑질, 존 볼턴 회고록을 통해 더 분명해진 대북·대미 외교와 북핵(北核) 대응 난맥상을 따져야 한다.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선언을 자해적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경위와 부작용도 밝혀야 한다. 이런 일조차 할 수 없다면 야당은 물론 국회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