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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6일(金)
하나의 음원에 불과했던 노래… 이효리가 부르자 ‘히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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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다운타운베이비’

‘힘든 일이 있을 땐 내게 와 (중략) 널 위해 내 핸드폰을 켜 놓을게.’ 이효리가 이 노래를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음원에 지나지 않았다.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갔다고 해서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다.” 가수 블루(1994년생)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백을 이어갔다. “감사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문제의 노래를 들어봤다. ‘너의 눈은 밤하늘의 별이야/ 매일 마다 꾸고 싶은 꿈이야’(2017, 블루 ‘다운타운베이비’ 중). 그 꿈을 삶과 연결해준 이효리가 오늘의 탐구대상이다.

이번 학기 ‘삶과 꿈’이라는 비대면 수업에서 이런 과제를 냈다. “10분 후면 당신이 탄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한다.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면 어떤 내용을 거기에 담겠는가.” 극한의 상상력을 발휘해 신에게 직접 타전한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모에게 반성과 감사를 전했다.

살다 보면 시작할 때가 있고 끝내야 할 때가 있다.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 최고의 10분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높이 올라 세상을 다 가진 듯 착각하게 만든다. 최후의 10분은 사람을 초라하기보다 겸손하게 만든다.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계속 움직일 거란 걸 깨닫게 해준다.

음악동네에서 10분은 노래 2곡을 음미하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여자는 꽃이랍니다/ 혼자 두지 말아요/ 당신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될래요 10분 내로’(2009, 김연자 ‘10분 내로’ 중). 이렇게 공손한(?) 10분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도도한 10분도 있다. ‘너의 그녀는 지금 거울을 보며/ 붉은색 립스틱 화장을 덧칠하고/ Baby 높은 구두에 아파하고 있을 걸/ 나는 달라/ 그녀와 날 비교하진 말아줘’(2003, 이효리 ‘10 미닛’ 중). 누군가에게 10분은 ‘내 것이 되는 시간’이고 어떤 이에게 10분은 ‘그의 꽃이 되는 시간’이다.

요정으론 이 마을에서 오래 못 버틴다. ‘놀면 뭐하니’(MBC)에서 ‘다운타운베이비’를 불렀지만 이효리는 하마터면 다운타운이 아니라 업타운에 머물 뻔했다. 윤미래와 함께 ‘업타운걸스’라는 3인조 멤버로 굳어지기 직전에 운명처럼 핑클에 합류했다. 이효리는 ‘라디오스타’(MBC)에 나와서 ‘결혼은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맞는 사람과 하는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맞는 걸 찾으면 그게 바로 좋은 거다. 핑클 시절 고음파트는 옥주현이 맡았지만 후크나 펀치라인은 주로 이효리가 맡았다. 음역대가 좁다는 팩트를 단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활용한 예다.

‘나는 여전히 이발소 딸이야/ 시간이 가도 난 그대로/ 반짝거리는 모습과 짙은 화장 속에/ stay strong we run/ 많은 사람들 함성에 익숙해질 때도/ stay strong 기억해/ 나는 여전히 너의 친구야’(2008, 이효리 ‘이발소집 딸’ 중). 영국의 하드록 밴드인 배드 컴퍼니(Bad Company)의 ‘슈팅 스타’(1975, Shooting Star)는 6분이 넘는 노래인데 그 안에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가수가 되길 결심하고 조니는 집을 나선다. 엄마에겐 ‘언젠가 대스타가 될 거’(Gonna be a big star someday)라 다짐한다. 드디어 앨범을 냈고(Johnny made a record) 바로 1위로 등극한다(went straight up to number one). ‘온 세상이 널 사랑하게 될 거’(And all the world will love you)라 믿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Surprising it goes so fast). 그는 스스로 묻는다. ‘니가 반짝스타란 걸 몰랐냐?’(Don’t you know that you are a shooting star).

은하계 스타들은 신비함 혹은 친근함으로 구역이 나뉜다. 이효리는 두 얼굴의 스타다. 신비감을 잃지 않고 친근감을 유지한다. 꾸미면 화려한데 민낯은 소탈하다. 주름살은 있어도 구김살은 없다. 중요한 건 주관과 자신감이다. 겉과 속이 다른데 오락가락하면서 오래갈 순 없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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