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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6일(金)
“예술은 법 잣대로 판단 안된다 재확인”…‘代作’ 무분별 허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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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남 씨는 25일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후에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인정받겠다”고 했다. 사진은 조 씨가 화투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 대법, ‘조영남 그림 代作’ 무죄 확정… 미술계에 남긴 것은

대체로 환영속 “성찰 계기”
“예술계 양식에 맡긴건 적절”
“소비자는 혼신의 힘 바친
예술가들의 작품 원한다”

조 “대필 작가와 협업 계속”


가수 겸 화가인 조영남 씨의 대작(代作) 사기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미술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예술작품을 법적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대작이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분위기가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조 씨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 씨가 구매자들을 속인 행위를 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 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25일 기각함으로써 조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술작품 제작에 제삼자가 관여한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했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판단한 최초의 사례다. 대법원은 “위작·저작권 다툼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관하여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조 씨 작품을 대작이 가능한 ‘개념 미술’로 보느냐, 작가의 묘사력이 중심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보느냐가 관건인데 법원이 판단하기보다 문화예술계 양식에 맡겨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 씨가 대필 작가에게 착취 수준의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이 공분을 샀는데, 그 문제는 별도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장은 “고독하고 힘들게 작업하는 화가가 많기에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우리 작가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려면 조수 도움을 받아 많은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표 전 회장은 “작품 구상에 시간을 들인 작가가 더 많은 양의 전시를 위해 필요하면 조수를 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현대 미술은 조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조 씨가 그걸 감췄다는 게 문제였다”며 “법적으론 무죄일 수 있으나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미술 소비자는 혼신의 힘을 바친 예술가의 작품을 원한다는 걸 새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은 “이번 판결로 대작이 다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퍼질까 봐 걱정”이라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 작가들이 나서서 대책을 활발히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조 씨는 판결 직후에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더라”면서 “나라가 재판을 통해 저를 화가로 유명하게 만든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제 전시회 관람객들이 이 허섭한 그림 때문에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대필 작가 송 씨에게 돈을 적게 줬다는 논란과 관련해 그는 “내가 그럴 사람이냐”며 “그 친구가 검찰에서 할 말 없으니 한 소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 씨는 “작업이 바쁘면 앞으로도 대필 작가와 협업할 텐데 그 친구와도 다시 작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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