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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6일(金)
‘중면’과 ‘대면’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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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자 서유구는 ‘국수’가 한자어 ‘국수(麴讐)’라며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다. 글자 그대로 ‘누룩(麴)’의 ‘원수(讐)’이기 때문에 국수라는 것인데 무슨 소리인지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틀린 설명으로 보인다. 국수는 국수일 뿐 다른 뜻이 없다. ‘밀가루’로 만들면 ‘국수’이고 ‘밀가리’로 만들면 ‘국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사투리에 나타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한자 ‘면(麵)’과 고유어 ‘국수’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칼국수나 잔치국수에 ‘국수’가 쓰이는데 잔치국수에 쓰이는 것은 ‘소면’이라고 하니 잔치국수에는 국수와 면이 결국 한배를 탄 셈이다. 그런데 이 소면이 좀 문제다. ‘면’이 한자이니 ‘소’도 한자일 듯하고. 이 국수의 외양을 보면 당연히 ‘소’는 한자 ‘小’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소면에는 한자 ‘素(흴 소)’를 쓰는데 이 한자는 희다는 뜻이기도 하고 꾸밈이 없이 소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면의 원산지는 일본인데 가느다란 면에 고기나 특별한 양념을 쓰지 않고 소박하게 끓여낸 국수 요리를 뜻한다. 일제강점기에 이 면을 만드는 방법이 전해지면서 이름까지 그대로 전해져 우리도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늘고 긴 면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급기야 ‘소면’의 ‘소’는 면발이 가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리 잘못 생각했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무식’이 탄로 나지 않을 텐데 ‘중면’이 출시되면서 더 이상 피할 길이 없어졌다. 소면보다 면발이 조금 굵으니 ‘중면’이라는 이름을 붙인 듯하다. 그런데 정말 무식의 소치일까? 비난을 하려면 동시에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엄한 국어 선생님은 뭐라 이름을 지을까? 설사 ‘중면’이 무식의 소치로 만들어진 말일지라도 뜻이 정확히 통하니 문제 될 것이 없다. 더 굵은 ‘대면’이 나와 삼총사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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