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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29일(月)
2012년 이후 요건 外 직권상정 불가…與·野 대치땐 되레 의장 영향력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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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의 역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회선진화법’이 지난 2012년 통과된 이후 역설적으로 의장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의장을 압박해 직권상정 방식으로 쟁점 현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게 어려워지면서 의장의 의사결정 영향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달라진 위상만큼 의장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대 국회 말인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85조(심사기간), 85조의2(안건의 신속 처리) 등의 규정이 마련된 후 국회 운영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이라도 의장을 배출한 여당이나 청와대가 요청하면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직권상정 횟수가 16대 6회, 17대 29회에서 18대에는 90회를 넘기는 등 갈수록 급증했던 이유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 법에서 정한 요건 외에는 직권상정이 불가능해졌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를 한 경우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 법이 엄격해지면서 의장이 가진 국회 운영 결정 권한 및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여야 합의를 의장이 중재하는 사례 역시 늘었고 의장의 정치적 역할과 위상이 올라갔다.

이번 21대 국회만 하더라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선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은 미래통합당과 협상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6개 위원장만 우선 선출했다. 국회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장의 자율권이 늘어났다. 20대 국회의 경우 지난해 10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넘겨진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 날짜를 전격 결정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같은 해 4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는데, 여당은 상임위 심사 기간(180일)에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기간(90일)이 포함되는 만큼 그해 10월 29일에는 부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야당은 상임위 심사와 법사위 심사는 별도라며 이듬해 1월 29일 부의해야 한다며 맞섰다. 문 전 의장은 검찰개혁안을 맡았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해체되고 개혁안이 9월 2일 법사위로 넘어온 만큼, 그날부터 법사위 심사 기간을 설정해 90일이 지난해 12월 3일 개혁안을 본회의에 부의했다. 일종의 절충안을 통해 국회 파행을 막고 현실적인 법안 처리를 유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과거에는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를 국회의장이 거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을 이유로 버틸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국회의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지명하던 경험으로 인해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장 권한이 적은 편이다. 특히 13대 국회에서 국회 의사일정 등 의장의 고유 권한이 대부분 교섭단체 협의 사항으로 넘어가면서 힘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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