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결혼 10년 차… 아직도 ‘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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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준호(37)·김소현(여·45) 부부

저희 부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상대역으로 처음 만났어요. 저(소현)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준호 씨는 크리스틴을 오페라의 유령으로부터 지켜주는 ‘라울’ 역을 맡았죠. 작품 연습을 위해 자주 만나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알아가던 어느 날, 준호 씨가 제게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밥 먹으러 가요” “영화 보러 가요”라며 적극적으로 나서더라고요.

처음에는 귀여운 후배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준호 씨는 계속 마음을 표현했어요. 전 “역할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준호 씨를 만류했죠. 결국, 준호 씨에게 “소개팅하러 간다”고 말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준호 씨는 “내가 옆에 있는데 왜 시간을 낭비하느냐”며 물러서지 않더라고요.

준호 씨 진심에 저도 서서히 마음이 열렸어요. 하지만 마음을 억누르려 했죠. 여덟 살의 나이 차이도 걸렸거니와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이런저런 힘든 일로 감정이 격해진 적이 있었어요. 혼자 울고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 준호 씨에게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아챘는지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가장 나약해진 순간에 나를 감싸주고 지켜주는 준호 씨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요.

준호 씨는 연인이 된 지 3일 만에 저희 부모님께 인사드렸어요. 결혼에 대한 준호 씨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죠. 그 후 저도 바로 준호 씨 부모님을 뵈었고요. 양가 부모님은 저희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만난 지 1년도 안 돼 결혼까지 골인했어요. 결혼 10년 차지만 우리 부부는 아직 신혼처럼 지내요. 아직도 남편과 아들 앞에선 방귀도 안 뀌고, 민낯도 안 보여줘요. 다듬어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거든요.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한다는 아들에게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욕심이 아니겠죠?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