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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6월 30일(火)
‘기업 승계’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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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세상의 많은 부모가 자신들의 삶을 정리할 때가 다가오면 자녀들에 대한 상속을 각자의 방식대로 준비한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상속과 승계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가 준비하는 일이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은 기업 승계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결정을 본인 스스로 챙겼다. 2014년 5월 이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 역시 그전에 승계 과정을 직접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승계에 관한 책임을 모두 이재용 부회장에게 돌리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씨가 한 몸의 경제공동체라는 법리적 판단과 정치적 사안들이 혼재돼 있다. 불법 승계에 관한 사안 역시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인수 시점부터 문제 삼고 있지만, 당시 이 부회장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불과했다. 계열사 간 합병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최근 주당 80만 원을 초과했고, 시가총액 역시 50조 원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인 동시에 대표적인 국민 기업이다.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삼성전자보다 큰 제조기업은 폭스바겐과 토요타, 그리고 애플밖에 없다. 지난 4월 일본에서 발표한 전 세계 혁신기업 순위 역시 1∼6위를 차지한 아마존과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을 제외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세계 1위 제조기업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하고, 2019년 기준 주주가 약 78만 명에 이르며, 최근 ‘동학개미’들의 투자를 고려하면 전체 주주의 수는 9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자 중 하나는 대만의 TSMC이다. TSMC는 미국의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와 같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에 설계 및 디자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기업으로 해당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TSMC와 관련한 놀라운 사실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TSMC는 매출 46조 원, 영업이익 15조 원, 직원이 5만 명 정도지만, 시가총액은 무려 340조 원에 이른다.

종합반도체 회사이자 휴대전화, 가전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2019년 매출 약 230조 원, 영업이익 약 28조 원에 직원도 10만 명이 넘는다. 2018년에는 반도체사업에서만 매출액 90조 원과 영업이익 44조 원을 기록했다. TSMC와 비교해 매출액, 이익, 직원 수, 사업 분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10조 원에 불과하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미래 변화 속에 세계적인 기업들과 하루하루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무한경쟁에서는 경영자의 사회적 평판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한국 기업의 승계 과정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중소 중견기업을 승계하면서 모든 상속세를 투명하게 신고하고 완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법적·제도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특히, 차등의결권 제도에다 유럽과 같은 세제 혜택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을 합법적으로 상속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법적 제약 속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여론몰이가 국가적으로 과연 바람직한가. 이 부회장의 법정 공방도 벌써 4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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