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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1일(水)
자기 생각이 맞을거라는 확증편향… 오판·착각을 ‘참’이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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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11) 인간 : 이성적이지 않은 이성적 동물

신념 확인시켜 주는 방향으로만 기울어… 논리적으로 잘못돼도 ‘나는 이성적’이라고 여겨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대안 생각해봐야 비논리적 사고 줄일 수 있어


흔히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할 때, 인간은 이성(理性·reason)을 지닌 동물로 표현해 왔다. 이성이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으로, ‘이성적’이라는 말은 감정적, 충동적, 본능적이라는 말과 대비되는 것으로 흔히 사용돼 왔다.

인간의 행동 중엔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분명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일상생활에서 늘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본인의 생각이 논리적으로 분명 잘못돼 있을 때도 자신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즉 추리(혹은 추론·reasoning)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표적으로 연역적 추리 중에 조건 추리(혹은 명제 추리)의 예로 우리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지 살펴보자.

필자는 학기마다 첫 시간에 대학생들에게 수업계획서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성적 평가 방식을 함께 설명하곤 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만일 시험성적이 100점 만점에 40점 이하면 F 학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원칙을 필자가 지킨다면 시험 성적이 30점인 학생은 당연히 F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의 시험 성적이 60점인데 F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학생은 필자에게 찾아와 항의할지도 모른다. “교수님이 40점 이하면 F라고 했잖아요? 교수님이 약속을 지킨다면, 40점보다 높은 점수는 F를 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독자 여러분은 이 학생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가? 결론은 이 학생의 생각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 이유는 아래의 내용을 먼저 이야기하고 설명하겠다.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에게 네 장의 카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카드의 한쪽 면에 자음이 있으면, 다른 쪽 면에는 짝수가 있다”라는 조건문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기 위해 어떤 카드를 뒤집어 볼지 선택하게 했다. 가령 다음 그림과 같이 카드가 놓여 있다고 하자. 여러분은 위의 진술문의 진위를 검증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검증할 수 있는 카드 두 장을 선택해 보라. 그리고 그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라. 여러분은 얼마나 논리적인가?

대부분 사람은 우선 ‘K’가 적힌 카드를 뒤집어 볼 것이다. 옳은 선택이다. ‘K’라는 자음이 적혀 있으니 다른 쪽 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위의 진술문은 거짓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카드는 어떤 카드를 선택해야 할까? 웨이슨의 실험에 참가한 많은 사람은 ‘8’이라는 짝수가 적힌 카드를 선택했다. 뒤집어서 자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위의 조건문의 진위를 검증하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 ‘8’이라는 짝수를 뒤집었을 때 자음이 있건 모음이 있건 혹은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어도 “한쪽 면에 자음이 있으면 다른 쪽 면에는 짝수가 있다”라는 조건문의 진위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자는 만일 8을 뒤집었는데 모음이 있으면 조건문이 거짓으로 증명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 진술문은 “한쪽 면에 짝수가 있으면 다른 쪽 면에는 자음이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다.

또 어떤 사람들은 ‘A’라는 모음이 적힌 카드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자음이 아니니까 다른 쪽에는 짝수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위 진술문의 검증과는 아무 관련 없는 선택이다. ‘A’를 뒤집어서 짝수가 나온다고 위 진술문이 거짓인가? 위의 진술문은 한쪽 면에 자음이 있는 경우만을 조건으로 말한 것이지 다른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쪽 면에 모음이 있는 카드를 뒤집었을 때 무엇이 나오든 위 진술문을 검증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위 진술문을 검증할 수 있는 두 번째 카드는 바로 홀수 ‘3’이 적힌 카드이다. 그 이유는, 짝수가 아닌 카드를 뒤집었을 때 자음이 나온다면 위 진술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 진술문의 진위를 검증할 때 많은 사람은 전제 조건(만일 ∼이라면)에 따라서 결과도 그렇게 나오는지는 잘 검증한다. 이를 전건 긍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과를 부정했을 때 전제 조건도 부정되는지(이를 후건 부정이라고 한다)는 잘 검증하지 못한다. 오히려 논리적 검증과는 상관없는 전제조건을 부정해서 결과가 부정되는지(전건 부정)를 보거나 혹은 역으로 결과를 긍정해서 전제 조건이 맞는지(후건 긍정)를 보려고 하는데, 이러한 비논리적 사고는 우리가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신념을 확인시켜 주는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일종의 확증편향 때문에 일어난다.

50대 이하의 독자들은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명제 p→q(p이면 q이다)를 배웠을 것이다. 명제 p→q가 참이라면 그것의 대우(對偶)인 ∼q→∼p(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도 참이다. 하지만 명제 p→q가 참이라고 해서 그것의 역(逆)인 q→p(q이면 p이다)나 혹은 이(異)인 ∼p→∼q(p가 아니면 q가 아니다)는 참이 보장되지 않는다. 가령 “이것이 사과이면(p) 이것은 과일이다(q)”가 참이면 그것의 대우인 “이것이 과일이 아니면(∼q)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p)”도 참이다. 하지만 역과 이인 “이것이 과일이면 이것은 사과이다”와 “이것이 사과가 아니면 이것은 과일이 아니다”는 참이 보장되지 않는다. 과일이라고 모두 사과는 아니고, 사과 말고도 배나 귤도 과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엄마라면 당신에게는 아이가 있다”가 참이라면, “당신에게 아이가 없다면 당신은 엄마가 아니다”도 참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당신은 엄마이다”와 “당신이 엄마가 아니라면 당신에게는 아이가 없다”는 말은 참이 아닐 수 있다. 이유는 아이가 있는 사람은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네 시험 성적이 40점 이하가 되면(p) 너는 F 학점을 받는다(q)”고 했다면 이 말이 참인지는 40점 이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모두 F 학점을 받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F 학점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이 40점 이하가 아닌지 확인해 봐도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F 학점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40점 이하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나 시험 성적이 40점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F 학점을 받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자의 말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시험 성적이 40점 이하면 F 학점을 받는다(p→q)”는 조건문은 그것의 역과 이인, “F 학점을 받는다면 시험 성적이 40점 이하이다(q→p)”와 “시험 성적이 40점 이하가 아니면 F 학점을 받지 않는다(∼p→∼q)”는 말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이것을 배워서 알고 있는 대부분 대학생은 “시험 성적이 40점 이하면 F 학점을 받는다”는 말을 들을 때 왜 “성적이 40점 이하가 아니면 F 학점을 받지 않는다”는 비논리적 생각을 할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이라도 실생활에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종종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웨이슨의 카드 실험 참가자들이나 혹은 시험 성적 60점에 F를 받고 항의하는 대학생이나 모두 하나의 대안만을 생각하고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때문으로 인지심리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이 사과이면 이것은 과일이다”라는 말의 역(이것이 과일이면 이것은 사과이다)과 이(이것이 사과가 아니면 이것은 과일이 아니다)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안다. 이유는 위의 진술문 외에도 여러 가지 참인 대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포도면 이것은 과일이다”도 참이고, “이것이 귤이면 이것은 과일이다”도 참이라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당신이 엄마라면 당신에게는 아이가 있다”라는 조건문의 경우, 역과 이가 참이 보장되지 않음을 쉽게 깨닫는 방법은 “당신이 아빠라면 당신에게는 아이가 있다”는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적이 40점 이하면 F 학점을 받는다”에 대해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본다면, 가령 “결석을 10시간 이상 하면 F 학점을 받는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표절을 하면 F 학점을 받는다” “시험 성적이 최하위이면 F 학점을 받는다” 등 여러 대안을 생각하면 비논리적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아이가 “나에게 저 장난감이 있으면 난 행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자. 그리고 정말 장난감이 있어서 적어도 며칠은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해 보자. 비록 그 생각이 맞는다고 해도 그것의 역과 이가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즉 “저 장난감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려면 저 장난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엄마나 친구와 놀아도 행복할 수 있고, 재미있는 책을 보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대안을 생각한다면, 한 가지 생각으로 편향되고 비논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수가 되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에게, 이 사업을 하면 나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업가나 혹은 창업자에게, 자신의 생각이 하나의 대안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더 나아가 그 생각의 역이나 이(가령, 가수가 안 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든가 혹은 이 사업을 못하면 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도 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 보길 권한다.

두 개의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삼단논법도 연역적 추리 중 하나다. 가령, “모든 인간은 죽는다” “나는 인간이다”라는 두 전제가 참이라면, “나는 죽는다”라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이다. “모든 동구 국가는 공산주의다” “캐나다는 동구 국가가 아니다”가 모두 참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 두 전제로부터 “그러므로 캐나다는 공산주의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많은 사람은 캐나다가 공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의 결론도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위의 진술문에서 캐나다 대신 북한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모든 동구 국가는 공산주의다”와 “북한은 동구 국가가 아니다”라는 두 전제가 참이라고 할 때, “그러므로,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많은 사람은 논리적 추론을 해야 할 때도 결론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면 그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잘못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자.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해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죠. 그런데 저희는 그런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말을 한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타당한가? 다양한 보이스피싱이 있을 수 있고, 신종 사기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비논리적 추론에서 조금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의 반증보다 확증을 찾으려는 우리의 확증편향의 경향성으로 인해 이성적 인간은 때때로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확증편향(確證偏向·confirmation bias)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부합하는 정보(확증)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반증)는 무시하는 사고의 경향성.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런 경향 때문에 인간은 때때로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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