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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1일(水)
주한미군 對中 견제기능 크지 않아… 北核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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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감축설

세계 미군병력 재배치 속 한반도에 ‘트럼프 라인’그어질까 우려

트럼프,세금으로 동맹방어 불만
감축 위협하며 방위비 인상 압박
文정부는 공식 논의 없었다지만
여권선 꾸준히 “조정은 불가피”

美, 아시아 방어선서 한국 제외
‘애치슨 라인’그어진뒤 北 남침
공산주의 저지위해 참전뒤 주둔
MB때부터 2만8500명선 유지


“우리 국가는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요청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을 기린다.”(1995년 건립된 워싱턴DC 한국전 참전 기념비 문구) vs “우리는 세계 경찰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먼 나라의 오래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6월 13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발언)

1945년 해방과 맞물려 한반도 주둔을 시작한 미군은 한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축이었다. 미국은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통해 공산주의에 대항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했고, 한국은 탄탄한 안보를 기반으로 경제 발전에 집중했다. 하지만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과 한·미 양국의 국력 등 모든 것이 변했는데 왜 한·미 동맹만은 제자리인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해 있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왜 부자나라인 한국을 지켜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 또는 철수를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 중인 정황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허풍’에 지나지 않고, 미·중 경쟁 시대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졌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견제 기능 때문에 미군이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기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미 동맹이 100년을 존속하는 가치 동맹으로 이어질지, 6·25전쟁 직전 미국이 한국을 방어선에서 제외했던 애치슨 라인이 70년 만에 다시 그어질지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해 본다.

◇주한미군의 기원과 전략적 가치 = 1945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미군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철수를 시작했다. 한·미 동맹의 기원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이 남침하자 공산주의 저지를 위해 미군은 한반도로 복귀했다. 6·25전쟁에서 미군 3만6940명이 전사했고, 9만2134명이 부상을 당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에도 미군은 왜 한반도에 주둔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우려를 지울 수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협정에 협조하는 대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받아냈다. 정전협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분단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지속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 억제와 지역 평화·안정을 한·미 동맹의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코앞인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은 미국의 대중국 억제 전략에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기능은 한국 일부에서 인식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은 “대만해협 등 미·중 간 군사적 대결이 펼쳐질 경우 태평양 지역의 미 항공모함과 일본 사세보(佐世保) 기지의 해군, 괌이나 알래스카 본토에서 날아오는 공군의 지원이 필요하고 육군 위주의 주한미군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가 2019년 3월 발간한 ‘패권 경쟁 시대의 공군력’ 보고서는 중·미 전쟁 시나리오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국 공군을 대중 방어에 투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능에 국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1950년 애치슨 라인, 2020 트럼프 라인? = 1950년 1월 12일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을 지나 류큐(琉球·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으로 그어진다”며 한국을 공산주의에 맞선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6·25전쟁이 터지면서 애치슨 장관의 발언이 북한을 오판하게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미국이 한국을 방어선에서 제외한 이유는 미국의 병력 부족과 한국이 소련과 충분히 가깝지 않다는 지정학적 요인, 유사시 오히려 미군에 군사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것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부응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즉석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전쟁연습’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최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말해 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극단적이지만, 동맹국 방어에 막대한 세금을 쓰는 데 대한 불만이 보통의 미국인 사이에 상당한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주한미군 철수 논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삼스럽게 벌어진 현상은 아니다. 1960년대 베트남전으로 재정 적자와 반전 여론이 커지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경찰이 아니다”며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실시했다. 1970년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6·25전쟁 이후 7만 명을 웃돌던 주한미군은 1990년대 3만 명대로 줄었다. 지속적인 감축에 제동을 건 것은 1994년 북한의 핵개발 위기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선에서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현재까지 이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주한미군 둘러싼 한국·미국·북한의 셈법은 =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주요 당국자들이 잇따라 ‘세계 미군 병력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당국 간에 관련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래에 주한미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애드벌룬 띄우기’식 발언이 여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18년 4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28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 상황이 오면 많은 사람이 주한미군의 점진적 감축과 북한 비핵화 사이에 연계가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점진적 감축이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을 위한 협상 카드의 일종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관련해선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씨 회고록 등을 통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용인한다고 했다는 발언이 전해진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입장을 공표한 적은 없다.

가장 최근 북한의 공식 입장은 2016년 7월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이다. 성명에서 북한은 “남조선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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