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모래·들풀·하늘 품은 놀이터 까르르∼ 행복이 쑥쑥 자라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고창군 성내면 하늘땅지역아동센터 마당에 있는‘하늘땅 모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밧줄 그물에 거꾸로 매달려 놀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전북 고창 ‘하늘땅 모험 놀이터’

모래밭에서 뒹굴고 성 쌓고
스파이더맨처럼 밧줄 매달려
놀이통해 협동… 모험심 길러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 위치한 하늘땅지역아동센터 마당은 지난해 개관한 ‘하늘땅 모험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하늘땅지역아동센터는 인근 성내초에 다니는 학생들의 보육과 돌봄, 교육 등을 담당하는 곳. 아이들은 학교 일과를 마친 후 센터에 와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 개학이 한참이나 미뤄지면서 센터에는 한동안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센터 마당에 있는 놀이터는 예전보다 더 붐볐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놀이터로 다 모였기 때문이다. 놀이터는 그야말로 성내면 아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늘땅 모험 놀이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늘을 보고, 땅의 기운을 느끼고, 다양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이 설치된 기존의 놀이터와는 달리 이곳에는 밧줄과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 모래와 돌이 있다. 아이들은 밧줄에 매달려 몇 시간 동안이나 땀을 뻘뻘 흘린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옆으로, 마치 스파이더맨이 된 것처럼 공중에 매달려 자유자재로 논다. 사실 놀이터가 만들어진 초창기만 해도, 아이들은 선뜻 밧줄에 매달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김기랑 하늘땅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처음엔 위로 올라가는 걸 두려워했던 아이들이 한두 번 매달려 보더니, 점점 중심을 잡고 어느새 균형 감각이 많이 좋아져 있더라”며 “밧줄에 매달려 몇 시간을 놀아도 질리지 않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구름다리 위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아이들은 밧줄에 그네를 매달아 타기도 하고, 해먹을 설치해 그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기도 한다. 모험 놀이터에서 놀던 이성민(11) 군은 “저녁밥 먹고 밧줄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면 해가 빨개서 이쁘다”면서 “같이 놀아도 재미있고, 혼자 놀아도 재미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모험 놀이터에는 흙, 모래, 돌, 들풀도 많다.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구르고, 성을 쌓고, 풀을 뽑아 소꿉놀이하며 모닥불을 지피기도 한다. 플라스틱이나 철재 등으로 이뤄진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오롯이 흙의 기운을 받으며 스스로 놀이를 만들 수 있다. 김민선(11) 양은 “다른 놀이터는 미끄럼틀이나 그네를 탈 때 뜨거운데 모험 놀이터는 나무와 밧줄로 만들어져 뜨겁지 않아서 너무 좋다”면서 “모래가 많아 놀다 떨어져도 별로 아프지 않다”고 자랑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멀리 가지 못해서 그런지 놀이터에는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로 북적인다”며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협동하면서 또래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고, 모험심과 호기심, 운동 신경과 균형 감각이 많이 향상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어린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 2016년부터 기관과 단체들을 선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2018년부터는 아동의 ‘놀 권리’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고창군의 하늘땅지역아동센터에 설립한 ‘하늘땅 모험 놀이터’ 역시 관련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다.

재단은 올해도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놀이·문화 환경개선’을 주제로 민간단체 지원 공모사업을 시작했다. 신규 지원 19개 기관, 연속 지원 11개 기관 등 총 30개 기관을 선발해 2021년까지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앞으로 공모사업을 확대해 지역사회에서 재단과 뜻을 함께하는 더 많은 기관 및 단체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나가겠다”며 “아동이 행복한 환경을 실현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