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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2일(木)
걷다가 쉬다가… 꼭꼭 숨은 편백숲서 ‘나’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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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숲.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편백나무가 빽빽하다. 편백숲은 비가 내린 뒤 촉촉하게 안개가 스며들 때의 느낌이 특히 몽환적이다.

■ 가볼만한 전국 편백숲 명소

- 통영 미래사
편백 족욕·톱밥길 걷다보면
숲 너머엔 한려수도 펼쳐져

- 완주 공기마을
영화‘최종병기 활’로 유명세
삼림욕장 끝에는 유황 편백탕

- 장성 축령산
한 농부의 정성으로 일군 숲
트레킹 코스 2시간이면 거뜬

-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수령 90년 편백 등 9000그루
푸른 이끼 덮인 자태 신비로워


강력한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가 편백이다. 편백의 피톤치드는 ‘항균(抗菌)’ 작용을 한다. 세균에 저항하는 효능작용을 하니, 바이러스로 퍼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는 전혀 상관없다. 코로나19를 막는 효능은 없지만, 그래도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건강에 도움을 주고, 독특한 향으로 정신을 맑게 해준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건강과 면역이 강조되는 시기, 여행목적지에 청량한 편백숲을 넣어 보면 어떨까. 코로나19에 효험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에 앞서 충만한 자연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켜 주니 말이다. 이즈음 다녀오기 딱 좋은 전국의 편백숲을 추려봤다.

# 산 아래 숨었다… 경남 통영 미래사

통영이라면 항구와 바다만 생각하기 쉽지만 통영에는 산도, 숲도 있다. 통영을 찾은 관광객들이 너나없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미륵산이 통영의 대표적인 산이다. 미륵산을 케이블카로 단숨에 오르면서 미륵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미래사 편백숲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래사 편백숲 길은 고즈넉한 숲길 산책과 푸른 바다의 정취를 한 번에 취할 수 있는 명소다.

미래사는 조계종 초대 종정인 효봉 스님의 상좌 구산 스님이 1951년 작은 암자를 세운 데서 비롯됐다. 미래사의 편백 숲은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어 가꾼 것을 해방 뒤 사찰에서 매입해 산책로로 꾸몄다. 숲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상쾌한 향도 좋지만 항균·살균 작용은 물론, 아토피나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편백숲 길은 그다지 길지 않아 아쉽지만 길 끝의 목재다리 건너 이어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시야가 탁 터지고 짙푸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울창한 초록의 숲 너머로 펼쳐진 한려수도의 바다가 매혹적이다. 미래사 아래에 자리한 나폴리농원은 피톤치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누리는 체험공간이다. 효소를 넣어 자연 발효한 편백 톱밥 길이 발을 편안하게 해주고 명상 쉼터와 피라미드, 잔디밭 침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수액이 흐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냉수 족욕과 편백 삶은 물을 이용한 온수 족욕까지 체험할 수 있다. 살짝 귀띔하자면, 통영에서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 머물러 쉬는 숲… 전북 완주 공기마을

▲  전북 완주의 공기마을 편백숲.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기 좋은 숲이다.
완주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의 편백 숲에는 1976년에 마을 주민들이 심어 기른 편백나무 10만 그루가 자란다. 2010년 문화일보가 소개하고, 이듬해 영화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공기마을 뒤편의 임도를 따라 산책로를 걷다 몇 발자국만 숲 안으로 들어서면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을 만나게 된다. 나무가 어찌나 촘촘한지 햇볕조차 들지 않아 어둑하다. 이런 숲마다 벤치나 평상을 놓아두었다. 피톤치드의 상쾌한 향기를 맡으며 느긋하게 쉬어가라는 배려다. 평상을 놓아둔 자리에는 숲 그늘 아래 누워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더 깊고 짙은 편백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찾아 들어가 오래 걷는 것도 즐겁지만, 여기 공기마을 편백 숲은 ‘머무는’ 것이 더 어울린다.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공기마을의 편백 숲은 세 곳인데 먼저 주차장에서 임도 산책로 입구의 편백숲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임도 산책로로 더 들어간 돌탑 부근의 개울을 끼고 있는 편백숲, 세 번째는 임도 산책로 반환점을 1㎞쯤 앞두고 산자락 아래 삼림욕장의 편백숲이다. 추천하는 곳은 삼림욕장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가장 멀어서 그럴까. 삼림욕장은 공기마을 편백 숲 가운데 가장 인적이 드물다. 돌아올 때는 길을 되짚어 나오지 말고 가던 길을 따라 더 걸으면 유황편백탕이 있다. 유황 물을 끌어올려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탕이다. 끌어올린 유황수는 온천이 아니라 찬물이지만, 물에서는 달걀이 썩는 듯한 유황 냄새가 진하다.

# 한 사람이 이룬 숲… 전남 장성 축령산

장성의 축령산 자락에 하늘을 찌를 듯 자라는 편백나무 숲이 있다. 편백 숲이라고 하지만, 사실 편백과 삼나무가 어울려 자라는 숲이다. 축령산 편백 숲이 각별한 건 이 장대한 숲이 ‘한 사람의 노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숲을 만들어낸 이는 40여 년 전 일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뜬 임종국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축령산을 1956년 사들여 대단위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빈 산에다 끝도 없이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어 1976년까지 596만㎡(약 181만5000평)의 땅에 나무를 심었다. 임종국의 이름 뒤에는 ‘선생’이란 호칭이 따라붙는다. 그의 이름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이들에게는 예외 없이 예우와 존경의 호칭이 붙는다. 나무를 심어 기르는 것도 따지고 보자면 농사의 일종일진대, 다른 농사일에 존경의 호칭이 따라붙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무를 심어 기른다는 것이 다른 농사와 왜 다를까.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을 걸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먼 미래를 보고 당장은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했기 때문일까.

축령산의 편백나무숲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다. 차량이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를 중심으로 솔내음숲길(2.2㎞), 산소숲길(1.9㎞), 건강숲길(2.9㎞), 하늘숲길(2.7㎞) 등의 이름표를 단 길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어떤 코스를 택하든 트레킹은 2시간이면 넉넉하니 몇 개의 코스를 이어붙여 걸어도 좋겠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나무가, 숲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이 거대한 숲을 만든 이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 전남 고흥과 장흥… 남도 끝의 편백숲

고흥읍의 최남단 외나로도의 봉래산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쪽 사면에 30m가 족히 넘는 9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도열해 있다. 봉래산은 해발 400m가 넘지만 거의 산허리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어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다. 봉래산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울창한 숲을 지나는 도보 코스 ‘고흥마중길’이 놓여 있다. 무선중계소 주차장. 여기서 능선을 타고 넘은 뒤에 중턱의 편백나무와 삼나무숲을 거치게 된다. 이쪽의 편백나무 숲이 특별한 건 육중한 나무둥치 때문이다. 얼추 100년이 다 된 나무이니 푸른 이끼로 뒤덮인 둥치가 한 아름이나 된다. 편백의 향기가 어찌나 짙은지 정신이 다 아찔해질 정도다.

장흥의 ‘정남진 편백숲우드랜드’는 군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억불산 자락에 이른바 ‘힐링명소’로 다듬어낸 곳이다. 40여 년이 넘은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우드랜드는 목재문화체험관, 전통한옥, 생태건축체험장, 목공예체험장, 편백소금집(찜질방)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워낙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억불산 정상까지 완만한 경사의 나무 덱으로 이어놓은 ‘말레길’은 이른바 ‘무장애 덱’으로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밀고도 오를 수 있다. 장흥 특산 발효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최근 문을 열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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