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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2일(木)
‘무탄소’ 원자력 뺀 그린뉴딜은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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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탄소 감축이 기후변화 대응책
文정부에선 ‘그린’ 없는 ‘뉴딜’
석탄 빈자리에 탄소 메탄 질산

안보리 상임국 모두 原電 고수
한국 ‘3세대 원전’ 세계 최선두
탈원전은 ‘두 토끼’ 놓치는 愚


지난해 2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이 제시한 ‘그린뉴딜’은 발전(發電)에서 운송·농업·건축·효율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과감한 조치를 제안했다.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들고나오면서 최근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2008년부터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실 국내에선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도입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했으나, 일방적 물량 확대 중심의 환경계획을 시도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올해, 한국은 물론 세계는 더욱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해결, 사회적 형평성, 지속가능발전, 일자리 창출을 포함하기 때문에 2009년의 녹색성장과는 겉껍질은 비슷해도 알맹이는 달라야 할 것이다.

이미 70개 이상의 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즉, 배출된 온실기체가 전량 제거되는 상태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이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세부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라면 이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린뉴딜에 정작 ‘그린’은 없고 ‘뉴딜’만 있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색깔 빼고 내용이 어떻게 다른 건지 알 수가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탄소’ 원자력 없이 그린뉴딜을 하겠다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 정부의 독일 맹신적 에너지 전환 정책을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아니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독일은 이미 원자력을 되찾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원전(原電) 강국 프랑스가 이웃에 있다. 필요하면 사다 쓰면 된다.

원자력은 국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모두 원자력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내려온 원자력을 송두리째 흔들고, 뿌리 뽑으려 한다. 1000기 넘는 지구촌 원자로가 70년 넘게 입증한 안전성·경제성을 백안시하고, 미국과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3세대 원자력을 구가하던 국내 기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40년 가까이 중단하다가 신규 원전 건설과 수출 적극 지원으로 방향을 바로잡았다. 미국은 원자력이 발전량의 20% 가까이 되지만, 이미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 독자적인 건설 능력을 상실했다.

우리의 고급인력과 미국의 선도 기술이 짝을 짓는다면 원자력을 신재생과 함께 기후변화에 맞서는 양국의 공동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탈원전 망상에 빠져 있다. 최근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에서도 원전 비중을 2034년까지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으로 원전 부흥에 속도를 내며 ‘원자력 전략 보고서’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올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3000억 원 가까이 투입한다고 밝혔다. 5∼7년 내 신형 원자로 2기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민간 기업과 협업할 예정이며, 약 5조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1980∼1985년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이 8% 성장하는 동안 탄소 배출은 오히려 20% 줄어들었다. 원자력으로 화석연료 비중을 55%에서 10%로 낮춘 덕분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석탄의 빈자리를 원전 대신 탄소와 메탄과 질산과 먼지를 뿜어내는 가스로 메우겠다고 한다.

한국이 탈원전 하는 사이 강대국들은 원자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머지않아 세계 속 대한민국은 원전 쇠퇴와 함께 기후 악화라는 두 잔의 고배를 마셔야 할 수도 있다. 피할 수 있는 원전 사고와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 우리는 어느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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