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北 대화복귀 전방위 노력”… 文 ‘중재자론’ 뒷받침

통일부도 “북미대화에 노력”
전문가들 “성과 내기 조급함
美와 엇박자·北의 오판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정부에서도 미·북 간 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밝힌 시한인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미·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정책 기조를 계속 고집하는 배경엔 남북관계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깔려 있지만, 현실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일 경우 미국과의 정책 엇박자가 커지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굳건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남북, 북·미 간 대화 모멘텀 마련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미국은 언제든 북·미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며 “남북 우선 기류보다도 남북과 북·미가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정부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다시 ‘중재자’ 역할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북 둘 중 한쪽은 손해를 감수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둘 중 한 국가도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보해야 ‘굿 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면 돌파를 선언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한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남북관계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 대북 정책, 특히 미·북 사이의 중재자론은 사실상 실패한 것인데 수정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에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 “백악관 결정 사항을 보면 완전 봉숭아학당”이라며 “미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민병기·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