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박찬구 서울대 명예교수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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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휴대전화 사용과 軍紀

지난 1일부터 군 장병들에게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됐다. 사흘밖에 안 됐지만 병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휴대전화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있었다. 논의 초기에는 보안 사고나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자기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세대가 등장하고 범사회적으로 탈(脫)권위주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여론의 지형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병사 자신들만 찬성할 뿐 간부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나일론 군대’ 등 반대 여론이 우세했으나, 이제는 긍정적 의견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병사 94.6%, 지휘관 69.3%, 일반 국민 58.1%·한국국방연구원(KIDA) 2월 조사 결과) 필자도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으로서 휴대전화 사용 시범부대를 수차례 방문(2018∼2019년)해 그 실태를 점검하고 장병들과 면담 기회를 가진 결과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간의 우려는 기우(杞憂)였던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의 긍정적 효과로는, 이를 통해 가족이나 사회와 소통이 원활해짐으로써 병사들의 우울감, 고립감,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병영 내의 사건·사고가 현저하게 줄어든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5년(2014∼2018년) 동안과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2019년의 사건·사고 발생 현황을 비교해 보니 가혹 행위는 68%, 군무 이탈은 67%, 폭행은 33%나 줄었다. 특히,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휘 부담이 가벼워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병사들 또한 일과 후 자유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한 정보 검색, 대중교통 및 공연 예약, 영화 감상 등의 편의를 누림으로써 병영생활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면, 대면 접촉 부족으로 인한 부대원 간의 대화 단절이나 단결력 약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초기에만 약간 나타났을 뿐 점차 ‘단톡방’을 통한 소통이 활성화되고 멀티플레이 게임 등을 통해 취미를 공유함으로써 부대 단합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체육 활동 부족에 대한 우려는 유튜브를 활용한 체력 단련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그 밖에 보안 사고에 대한 우려는, 전(全) 부대에 보안통제체계(국방모바일보안)를 지난 2월에 완비함으로써 해소했다. 이는 부대 복귀 때는 앱을 통해 카메라를 차단하고(NFC), 외출 때에는 차단을 해제하는(비콘) 방식인데, 매우 간단하게 카메라 보안 문제를 해소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휴대전화를 통해 군사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나 사이버 도박 및 유해 사이트 접속 등에 대한 대비책도 빈틈없게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는 자칫 적(敵)을 이롭게 하거나 군의 기강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를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에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려주고 싶다. 사회 전반적으로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와 함께 휴대전화로 많은 정보를 누리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신세대 장병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의 병영 문화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민주적이며 상호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강군(强軍)은 엄정한 군기(軍紀)와 더불어 새로운 군대 문화가 뒷받침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이러한 새로운 군대 문화와 강군의 탄생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