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삼바 논란과 시험대 오른 수사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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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0-07-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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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민주주의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대의 위에 서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안 되지만, ‘유전유죄’ 역시 없어야 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사·기소와 판결은 오직 합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와 엄정한 법리에 입각해야 한다. 사법 절차가 ‘떼법’이나 정치권력에 휘둘리면 그것은 ‘코드 법치’나 ‘인민재판’으로서, 독재국가나 인민민주주의 체제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수사심의위원회가 압도적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는데도 정치권에서 묻지 마 구속을 주장하거나 검찰이 여전히 기소를 고집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삼바 회계 분식 사건은 그 실체부터 명확하지 않다. 수사심의위도 그런 취지의 판단을 했다. ‘삼성 저격수’로도 불리며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적 시민단체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해 왔다. 2015년 5월에 합병 비율이 산정됐고, 삼바 회계 기준 변경 보고서는 다음 해 4월에 이뤄져 시계열 측면에서 보더라도 마치 삼성의 경영진이 타임머신을 가진 것 같은 주장이다.

회계 기준 변경은 삼바가 보유한 자회사 에피스의 주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이슈로, 흔히 알고 있는 가짜 회계 자료를 만들어 매출이나 이익을 부풀리는 일과는 전혀 다른 사항이다. 이것이 분식회계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범죄시할 근거가 지극히 희박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결정 과정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6년 10월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삼바의 감리를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어 코스피에 상장된 이후 이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해 온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감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이 금감원장에 임명되면서 한 달 만에 불법으로 통보된 것이다. 이는 원고가 재판장을 겸임한 것과 같은 것이다. 이후 금감원의 요구로 이뤄진 증선위는 판단을 3번이나 뒤집었다.

그 뒤 상황도 삼바의 판단이 적정했음을 보여준다. 2012년 합작 때부터 삼바가 자회사 에피스의 온전한 지배 권한이 있다고 공시했던 합작선인 바이오젠은 예상대로 2018년 콜옵션을 행사했고, 에피스는 지난해 매출이 2배로 뛰고 매출·이익에서 삼바보다 높다. 삼바가 시가총액 50조 원의 기업인데, 그보다 실적이 좋은 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4년 전에 6조 원으로 평가한 게 과도하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회계부정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쩡하게 상장한 뒤에 10만 원대에서 60만 원대까지 치솟던 삼바의 주식 가격을 30만 원 이하로 떨어뜨려 투자자 손해를 초래한 것은 부당한 공권력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개혁 제도다. 이런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으로 수사 중지와 불기소 의견이 나왔다. 피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며 검찰개혁을 외쳐 온 현 집권 세력과 지지 세력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피의자가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을 외치는 작금의 모습은 인권도 법치도 포기한 모양새다. 이 사건은, 한 경영자의 사법처리 차원을 넘어 기업에 가해지는 행정권력 남용과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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