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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3일(金)
‘포스트 코로나’ 대응과 거리 먼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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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흔히 1980년대 드라마에 나오던 장면 같다. 친척 중 그다지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이 사업 자금을 빌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가 내민 사업계획이 비현실적이란 게 뻔한데 자기도취인지 자기기만인지 돈을 빌려 달라고 조른다. 가계를 꾸리는 어머니는 절대 반대하지만 사리 분별 못하는 아버지는 가정폭력까지 행사하며 거금을 사기꾼에게 빌려준다. 결과는 뻔하다. 휴지장 같은 사기꾼의 사업계획은 망상에 불과했고, 한 가정의 소중한 자금은 탕진되고 만다. 결국, 가족 간 사랑의 소중함을 값비싼 교훈으로 얻은 아버지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 가족들은 혹독한 시간을 견뎌 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식상한 마중물 타령에 부실한 사업계획서로 재정에 대한 청구서가 제출됐다.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사업계획서에, 자기기만에 빠진 정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국회의 독립적 예산안 심사기구의 의견을 묵살할 뿐 아니라, 아예 독자적인 분석 기능 자체를 박탈하려고 한다. 의회는 납세자가 잠시 권한을 위임한 것이고, 합리적 토론과 토의를 통해 더 나은 사업계획서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은 사라졌다.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한 여당은 이 틈을 타 정부 안(案)에도 없는 3조1000억 원의 빚을 추가로 얹어 38조4000억 원으로 만들려고 하기도 했다.

이러한 폭주가 낳을 결과는 뻔하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혁과 이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아닌 현상유지 지향의 보조에 머물러 있는 재정지출이 성장률 감소를 억지로 막을 수는 있어도,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 급증과 재정 위험의 상승을 고려하면 경제의 부실화는 피할 수 없다. 이제까지 계속된 재정 확대와 한 해도 빠지지 않았던 추경의 결과를 보면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원래 하려고 했던 소비를 조금 앞당기게 하는 데 그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처럼 경제적 효과는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 번 더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남은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빚더미다.

이번 3차 추경과 재정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이후의 경제와 사회상에 대한 뚜렷한 착상이 필요하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층적·다각적인 해석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변화한 경제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시장과 사회 행위자들의 전환에 보조적 도움을 주는 내용의 재정 프로그램이 구상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급격한 탈세계화, 언택트와 분산화는, 고용에 따르는 비용의 예상치 못한 급증이란 충격에 대한 경제 체제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본과 금융 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더욱 강화되리라는 것이다. 대규모의 자본화와 무인화된 경제 체제가 필연적이고, 여기에 소외된 노동 부문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대전환 과정에 시장이란 경제 생태계에서 다양한 조정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추경 사업들처럼 설익은 정부의 가격 개입은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재정정책의 내용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경제 대전환을 신속히 이뤄내도록 시장 행위자들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로 채워져야 한다. 국회 예산안 심의의 대각성과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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