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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5일(日)
귀순병이 전한 DMZ 북한군 실상…“뇌물이면 진급하고 훈련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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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초소 뒤로 보이는 북 주민과 마차 (파주=연합뉴스) 26일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북한군 초소 뒤로 북한 주민과 마차가 보인다. 2020.6.26
WSJ, 2017년 귀순한 북한군 병사 인터뷰…영하 40도 한파 속 13시간 경계근무
시장에 팔 사마귀알 수거 작업 지시도…“미래 찾을 수 없었다”


“돈만 있으면 훈련 등 무엇이든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곳은 무법천지입니다.”

비무장지대(DMZ)의 북한군 부대에서 병사로 복무하다 남쪽으로 귀순한 한 탈북민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DMZ 북한군 부대의 부패 실상을 전했다.

2017년 말 남쪽으로 귀순한 20대 초반의 노철민 씨가 그 주인공이다.

4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17년 하반기 DMZ 내 부대에 배치된 지 약 3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노씨는 DMZ에 배치되면서 충분한 배식과 조직화된 리더십·훈련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정예 요원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진 그곳 역시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 노씨의 설명이다.

노씨는 부대 배치 후 첫 사격훈련에 나갔지만 다른 동료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아 놀랐다. 동료들이 사격훈련을 피하기 위해 미리 상관들에게 뇌물을 먹인 결과였다는 것이다.

상관들이 부대에 보급된 쌀을 근처 시장에 내다 팔면서 병사들은 값싼 옥수수죽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상관들은 부대 음식을 훔치기도 했다.

뇌물은 진급은 물론 훈련 열외 등 많은 것을 해결했다.

일부 병사들은 부대 지휘관들에게 월 약 150달러의 뇌물을 바치고 한겨울 경계 근무에서 빠지고, 추가 배식과 방한복을 받는 것은 물론 매주 집으로 전화까지 하는 ‘특혜’를 누렸다.

노씨는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진 한파 속에서 13시간 경계 근무를 섰다. 근무를 나갈 때면 피부가 부르트고 입김에 눈썹이 얼어붙었다.

가난해 뇌물을 제공할 돈도 없었던 노씨는 다른 동료들이 숙면을 더 취하고, 빵을 사기 위해 근처 시장에까지 나가는 특혜를 누리는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다.

노씨는 2시간 이내에 사마귀알 100개를 찾아오라는 ‘실현 불가능한’ 지시를 받고 들판을 헤매고 다닌 일도 있다. 사마귀알은 상관들이 시장에 한방 재료로 내다 팔기 위한 것이었다.

한번은 한 상관이 다가와 “진급을 원하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DMZ 부대에서 야생 버섯 등을 채취해 먹었고, 수개월 만에 체중이 약 40㎏까지 빠졌다. 그는 유일하게 널리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담배였다고 말했다.

노씨는 초소 안쪽에 ‘식별’에 익숙해지기 위해 붙여놓은 남쪽 군인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삶은 다를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귀순을 결정하기 전 상관들로부터 쌀과자를 훔쳤다는 누명을 썼고, 이 때문에 구타를 당하고 자아비판에 내몰렸다.

노씨는 “나는 미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어느 날 DMZ 초소로 가는 그의 머리에 불현듯 ‘위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인공기 밑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경례를 거부했다. 이어 소총 개머리판으로 철조망을 걷어 올리고 그 밑을 기어 나와 남쪽으로 내달렸다. 가슴까지 차는 물을 건너기도 했다. 머릿속에는 지뢰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는 귀순 당시 소총과 실탄 90발, 수류탄 2개를 지니고 있었다.

남쪽으로 넘어온 후 한국군 병사는 “귀순자냐”고 물었고, 그는 처음 듣는 단어였다고 말했다.

노씨는 최근 대학에 등록하고, 주말에는 웨딩홀 뷔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자신의 귀순 이후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안전한지에 대한 생각에 그는 늘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는 “나는 매일 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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