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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6일(月)
구상인듯 추상인듯… ‘하이브리드 美’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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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재개관 첫 전시회인 ‘Wook-Kyung Choi’를 찾은 한 관람객이 최욱경 화가의 그림들을 살펴보고 있다.

요절 작가 ‘최욱경展’

한·미 오가며 작품 활동
동·서양의 시류 아울러서
추상표현주의 새롭게 창조

국제갤러리 재단장 첫 전시
국내외 작가 작품도 선봬


최욱경의 ‘For Delicate Balance’. 그림 왼쪽 아래 ‘Balance’의 스펠링이 틀린 것을 수정한 재치가 웃음을 짓게 한다.
“최욱경은 반세기 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우리나라 추상표현주의를 선도한, 시대를 앞서간 작가입니다. 재단장한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갤러리의 미래를 이끌어가려는 저희의 방향성과 맞닿아있습니다.”

재개관 전시회 첫 작가로 왜 최욱경을 택했나. 이에 대한 국제갤러리의 답변이다.

지난 1987년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자리를 지켜온 국제갤러리는 2년 만에 1관(K1)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최근 재개관했다. 그 첫 전시회 ‘Wook-Kyung Choi’에선 최욱경(1940∼1985)의 작품 40점을 선보인다. 이 중 28점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내 대표적 갤러리이니만큼 대중적 지명도가 더 높은 작가를 택할 수 있었겠지만 45세에 타계한 여성 작가 최욱경을 택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풍성함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정신에 알맞은 작가라는 게 갤러리 디렉터의 설명이다. 고개를 끄덕거린 것은, 실제로 최욱경이 요절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작품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 첫 공간엔 작은 사이즈의 컬러 회화와 콜라주 작품들을 배치했다. 미국 유학 시절 그린 초기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젊음의 패기와 재치를 느끼게 한다.

이들 작품에선 추상표현주의를 수용한 흔적과 함께 작가가 1960년대 미국에서 그 유행을 직접 지켜본 팝아트의 세례를 떠올리게 한다. 일상의 물질적 소재를 캔버스 평면에 덧붙여 작업한 컴바인 페인팅의 영향도 보여준다. 하지만 특정 사조에 휩쓸리기보다 그것들을 다양한 실험에 활용해 개성적인 미학을 창조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유화·아크릴 물감뿐 아니라 목탄, 콩테, 오일 파스텔, 잉크 등 다양한 재료는 최욱경이 지향한 ‘혼종성(hybridism)의 아름다움’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화가이자 미대 교수로 활동했던 최욱경은, 친구인 화가 마이클 애커스의 표현대로 ‘두 세계 사이에서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불편함은 1960∼1970년대 동서양의 시류를 동시에 반영하는 혼종성의 새 조형 언어를 탄생시킨 기제였다. 전시 두 번째 공간에 배치된 흑백 드로잉과 판화는 이를 더 부각한다. 구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추상 표현, 그림과 글씨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눈길을 끈다. 이는 최욱경이 미술 작업뿐 아니라 에세이와 시를 썼던 것과 관련이 있을 듯싶다.

그는 남성 작가 중심의 한국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이채롭게 돋보이는 여성 작가다. 그러나 여성주의 깃발을 높이 올리는 대신 다채로운 작품의 광휘를 새롭게 창조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추상 미술사에 아로새겼다.

이번 전시를 지난 주에 두 번 찾았는데, 관람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최욱경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훌쩍 넘었으나 갈수록 더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여성 관람객은 “갤러리가 재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어 반가웠는데, 최욱경 전을 해서 더 좋았다”고 했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삼청동 대로변의 K1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했다. 1층 전시실 옆 카페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벽화 이미지들을 배치해 시각적 즐거움을 높였다. 2층 레스토랑은 양혜규의 대표작을 걸어 미술 컬렉터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3층은 헬스장과 요가·명상 공간이 있는 ‘웰니스 센터’로 꾸몄다. 공간 곳곳에서 박서보, 하종현, 문성식, 루이즈 부르주아, 칸디다 회퍼, 제니 홀저, 줄리언 오피, 바이런 킴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갤러리가 전시관과 레스토랑을 함께 꾸민 것에 더해 웰니스 센터까지 만든 것과 관련,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론과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갤러리 측은 “일상 속에 그림이 스며들어 그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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